국내 기업들에 ‘난공불락’의 시장으로 통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정부 관계자들이 한국을 직접 찾아와 우수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뽑아간다. 사우디는 잠재력이 크지만 그간 까다로운 규제와 문화, 종교 등 때문에 건설, 방산 등 일부 분야 대기업을 제외한 많은 곳이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시장이다. 그런 만큼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이 방한(訪韓)해 자국 진출 기업을 직접 선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25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한국 정부와 손잡고 처음으로 이 같은 내용의 ‘중소벤처기업 중동 진출 지원 사업’을 진행한다. 중기부 측은 “사우디는 GDP(국내총생산)가 1조1000억달러로 중동 최대지만, 한국 중소기업의 사우디 수출은 10억달러(약 1조3600억원)로 전체 중소기업 수출의 0.9%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번 사업은 현지에서 번번이 ‘수출길 확보’에 실패하고 돌아가는 국내 중소기업들을 지켜본 주사우디 한국대사관 측의 노력으로 성사됐다. 중기부 소속으로 현지에 근무 중인 강기삼 경제참사관은 “사우디는 철저히 ‘톱다운’ 방식이라 각 부처 장차관급 핵심 인사를 만나지 못하면 전혀 의사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전제주의 국가인데, 국내 기업인들이 실무자를 간신히 만나고도 아무런 소득 없이 돌아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사우디 정부에 한국 기업의 우수성을 설명하고 지원을 수차례 요청한 끝에 이번 일이 성사됐다”고 했다.

실제 사우디의 투자를 총괄하는 투자부와 통신정보기술부, 관광부,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AI 기업 휴메인(Humane) 등이 이 사업에 참여한다. 참가 분야는 사우디가 원하는 AI, 바이오·헬스, 관광·엔터테인먼트, 스마트시티·건설 등 4개다. 7월 말까지 국내 중소기업, 스타트업의 접수를 받고, 8월에 사우디 전문가가 참여하는 면접을 통과하면 9월에 사우디에서 현지 정부 기관을 만나 사업 수주와 투자 유치에 나서는 식으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