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8일 정전 사태가 발생한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마트. /로이터 연합뉴스

스페인 정부가 지난 4월 28일 이베리아반도 전역에서 발생한 대정전의 원인으로 ‘전력망 관리 부실’을 꼽고, 전력망 운영사의 책임이 컸다고 진단했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크게 영향을 받고, 작은 충격에도 발전기가 쉽게 꺼지는 특성이 있는데도 제때 대응을 제대로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재생에너지의 문제점을 드러냈다는 취지를 담았다. 다만 스페인 정부는 높은 재생에너지 의존 자체가 원인이라는 시각엔 선을 그었다.

스페인 정부는 17일(현지 시각) 한 달 반 동안 이어진 정전 사고 조사 결과, 전력망에서 발생한 과전압이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여러 발전소를 연쇄적으로 가동 중단시키며 정전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사라 아게센 친환경전환부 장관은 “전력망 운영사인 REE는 과전압 상태를 통제할 수 없었고, 원전과 가스화력 발전소는 필요한 순간에 전기를 공급하지 못하며 정전이 확산했다”고 밝혔다.

정부 발표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정전 당일 스페인 서남부 지역 일부 태양광 발전소에서 보내는 전류가 급격히 줄면서 과전압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다른 발전소까지 연쇄적으로 가동을 멈추며 정전이 확산했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력망에 흐르는 전류가 줄어들면 대신 전압은 높아진다”며 “전력망에 문제가 생기자 여러 발전 설비는 자체적으로 전력 공급을 끊었고, 이에 따라 전압이 치솟으면서 문제가 심각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정전 당시 스페인은 전력 공급의 60%에 이르는 15GW(기가와트)가 12초 만에 끊기면서 교통과 통신 등이 마비됐다. 그 피해는 옆 나라 포르투갈까지 이어졌다.

최근 들어 스페인이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급격히 확대했지만, 관련 설비나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스페인 전력 생산에서 38% 수준이었던 재생에너지 비율은 지난해 56%까지 높아졌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에너지 저장 장치(ESS), 전력망, 주파수 유지 장치 확대는 필수”라며 “이를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정전 위험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