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과 헷갈리는 것을 막기위해 삼양그룹이 만든 디지털 광고. /삼양그룹

남자: “너 삼양 들어간 뒤로, 뭐 라면 판다고 내가 바쁜 건 알겠는데….”

여자: “몇번 말해! 라면 만드는 그 회사 아니라고.”

젊은 커플이 투닥거리면서 싸우는 내용의 45초짜리 광고 영상을 만든 곳은 다름아닌 삼양그룹이다. 최근 ‘불닭볶음면’이 뜨면서 삼양식품이 글로벌 기업이 되고, 주가까지 치솟으면서 삼양에 대한 관심이 쏠리자 덩달아 ‘삼양그룹’이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17일 이 광고를 공개한 삼양그룹은 “동명이사(同名異社)와의 오인지를 해소하기 위해 드라마 형식으로 만들어 광고 몰입도를 높였다”고 했다. 모델은 배우 박정민을 기용했다.

삼양그룹은 ‘큐원’이란 브랜드로 설탕, 밀가루, 알룰로스, 상쾌환 등을 파는 식품 사업도 하지만 주력은 화학, 의약바이오, 패키징 등 B2B(기업간거래) 사업이다. 지주사인 삼양홀딩스는 지난달 의약바이오 부문을 인적분할해 ‘삼양바이오팜’을 설립하는 등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선 상태다. 작년에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생활의 잠재력을 깨웁니다, 인류의 미래를 바꿉니다’라는 슬로건까지 만들었다. 그런데 경영진부터 신입사원까지 만나는 사람마다 ‘삼양’에 다닌다고 하면, ‘저 불닭볶음면 좋아해요’ ‘주가 많이 올라서 좋겠어요’와 같은 인사를 건네자 결국 이 같은 광고까지 만들게 된 것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인재 수급이다. 채용을 하면 자기소개서에 “저는 어렸을 때부터 불닭볶음면을 즐겨 먹고 자랐고…”라는 식으로 쓰는 지원자들이 속속 나오면서, 회사도 고민이 커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채용 시즌에는 삼양그룹 홈페이지에 ‘우리 회사는 삼양식품과는 다른 회사이니 신중하게 검토 후 지원해달라’는 내용의 팝업창까지 띄운 적도 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인스타그램의 그룹 계정 프로필에는 ‘우리 라면 안 팔아요’라는 문구를 제일 앞에 집어 넣었다.

두 회사는 심지어 한자(三養)도 같다. 역사는 삼양그룹이 101년, 삼양식품이 64년으로 차이가 크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원래 B2B가 주력이라 기업 브랜드에 많은 관심을 쏟는 회사가 아니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적극적으로 기업을 알려야겠다는 판단을 하게됐다”고 했다. 이번 광고는 소셜미디어, OTT 등 청년들이 주로 찾는 매체를 통해 방영된다. 타깃을 20~30대로 설정해, 40대 이상 보다는 젊은 층에게 노출되도록 했다고 삼양그룹 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