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배터리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 자동차 회사로부터 대규모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 계약을 따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의 5대 자동차 기업 중 하나인 체리자동차에 전기차 약 12만대에 넣을 수 있는 8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삼원계(NCM·니켈·코발트·망간)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계약 금액은 두 회사 합의로 비공개했지만, 업계에서는 규모를 감안하면 1조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내년 초부터 청주 오창 공장에서 생산한 원통형 배터리를 6년간 체리자동차의 유럽 공장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체리자동차는 1997년 설립된 중국 국영 기업으로, 지난해 중국 내에서 240만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은 약 9% 안팎이다. 최근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현지 기업과 합작 공장을 짓는 등 해외 시장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 제품을 90% 이상 써온 중국 자동차 회사가 한국 기업이 장기로 삼아온 NCM 계열 배터리를 선택했고, 그중에서도 LG의 차세대 배터리인 46시리즈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것에 주목한다.

원통형 배터리는 규격화돼 있어 생산 효율이 좋고 안정성이 높지만, 배터리 사이 틈새가 커서 공간 활용이 떨어진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지름 46㎜짜리 46시리즈는 제조 기술을 향상시켜 출력은 높이고 생산비는 더 낮춘 차세대 제품인데, 중국차도 경쟁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또 중국 자동차 기업들이 유럽이나 남미,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는 상황에서 한국산 배터리를 채택한 것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중국산 전기차 침투를 막기 위해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 소재와 부품 등의 원산지를 따져 관세를 높이거나 보조금을 줄이는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체리자동차가 한국산 배터리로 공급선을 다변화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