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산업 대전환 시대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도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크게 늘린 것이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발표한 ‘2024년 기업 R&D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위 1000대 기업의 R&D 투자액은 전년 대비 15.3% 늘어난 83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0년 해당 조사가 시작된 이후, R&D 투자 규모가 80조원을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증가율도 역대 최대 기록을 깼다. 매년 증가해 온 R&D 투자액과 달리,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22년(10.5%)을 제외하면 최근 10년간 10% 미만에서 들쑥날쑥했는데 작년엔 처음으로 15%를 넘었다. 덕분에 기업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R&D 투자액 비율도 4.8%로 조사 시작 이래 가장 높았다. 주요 기업들이 매출이 늘어난 것보다 큰 폭으로 R&D 투자금을 늘렸다는 뜻이다.
R&D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기업은 삼성전자다. 투자액은 전년보다 6조3000억원 많은 30조2000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1000대 기업의 전체 R&D 투자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전년 대비 3.2%p 늘어난 36.1%였다. SK하이닉스(4조4000억원), 현대자동차(4조3000억원)도 작년 R&D 투자액이 4조원을 넘어섰다. 상위 10대 기업의 R&D 투자액은 총 54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65.5%를 차지, 작년(62.7%)보다 쏠림 현상이 심해졌다.
기업들이 R&D 투자액을 급격히 늘린 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위기감의 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권 산업부 산업기술정책과장은 “중국이 기술 패권국으로 급부상한 가운데 글로벌 기업들이 AI·전기차 등 첨단 분야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위기의식을 느낀 기업들이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긴박하게 투자 규모를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