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다목적 무인 차량 ‘아리온스멧’이 작전을 수행하는 모습./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 무인 차량(Unmanned Ground Vehicle·UGV)’은 최근 세계 방산 강국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다.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원격 운전이나 자율 주행으로 수색, 정찰, 물자 운반과 부상자 후송 등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인공지능(AI)이나 자율 주행 같은 첨단 기술뿐 아니라 총성의 음파(音波)를 분석해 발사 위치와 방향, 적군 혹은 아군의 무기인지 구분하는 기술까지 적용돼 있다. 전시에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미래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방산 강국인 미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무인 수송 차량, 로봇 전투 차량 등의 개발에 나섰다. 이스라엘도 2016년 가자지구 경계 지역에 무인 완전 자율 주행 군용차를 배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주변 아랍 국가 접경지에 무인 차량을 순차적으로 배치, 군인과 로봇 차량으로 이뤄진 ‘혼성 전투 부대’를 편성한 것이다.

우리 군도 약 500억원을 투입해 감시·경계·작전 지속 지원 같은 임무를 수행할 무인 차량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방산 업계에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아리온 스멧(Arion-SMET)’과 현대로템의 ‘HR-셰르파’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아리온 스멧은 지난 2023년 국내 방산 기업의 무인 차량 가운데 최초로 미군의 ‘해외 비교 성능 시험(FCT)’을 완수했다. 이는 미 국방부가 동맹국의 방산 기술을 평가하고 도입을 검토하는 절차다. 위성 항법 시스템(GPS)과 카메라, 라이다 등을 활용해 자율 주행이 가능하고, 주변 상황과 사람, 장애물 등을 인식해 AI 기반으로 판단한다. 총성의 방향과 패턴까지 파악할 수 있다.

현대로템의 HR-셰르파는 지난 2018년 처음 공개된 이후 꾸준히 성능을 개량해 지난해 ‘4세대 모델’이 출시됐다. 2021년 국내 최초로 2세대 시제 차량을 군에 납품해 야전 시범 운용을 거쳤고, 실전 피드백을 받아 한반도 지형에 최적화한 모델로 개선됐다. 360도 제자리 회전 기능 등 기동성이 뛰어나고, 험로 주행에 유리한 에어리스 타이어(Airless Tire)를 장착한 6륜 차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