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항공기 몸체로 만든 네임태그, 항공사 로고가 박힌 후드티, 취항지 특산품 라면 등 최근 항공 업계가 이색적인 자체 제작 상품(굿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굿즈 출시는 원래 2020~2022년쯤 코로나 확산으로 승객이 급감했을 때 매출을 방어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전략이었다. 하지만 항공 수요가 회복된 지금은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3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달 30일 브랜드 굿즈 공식 판매 홈페이지에서 A380-800 동체를 재활용해 만든 네임태그와 볼마커를 출시했다. 제작에 활용된 항공기는 2011년 7월 첫 비행을 시작으로 총 4만1898시간을 운항한 HL7612로, 네임태그 2500개, 볼마커 500세트를 한정 판매한다. 제주항공도 최근 20주년을 맞아 바람막이, 후드집업, 스트링백, 아크릴 키링, 메탈 배지 등 4종으로 구성된 ‘제주항공 7C365 키트’를 출시했다. 제주항공은 최근 2~3년 새 잔망루피, 핑크퐁, 헬로키티 등 인기 캐릭터나 BTS 등 한류 스타와 협업해 여행 가방이나 인형, 문구류 등도 적극 판매해 왔다. 이스타항공도 지난달 이 회사만 운영하는 인천~도쿠시마 노선을 알리기 위해 ‘도쿠시마 라면’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 하림, 그리고 도쿠시마현과 협력해 만든 컵라면으로 전국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판매한다. 도쿠시마가 일본 라멘의 본고장으로 유명하다는 점을 활용한 것이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크지 않지만, 쏠쏠한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항공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동시에 기업 브랜드를 알리고 항공 마니아들까지 공략해 고객 이탈을 막는 이른바 ‘록인(Lock-in)’ 효과까지 낼 수 있는 일석삼조 전략이기도 하다는 반응도 많다. 특히 항공 산업에 애정이 큰 마니아층인 이른바 ‘항공 덕후’들 사이에서는 항공기 모델, 기내 서비스용품, 항공사 로고가 들어간 각종 굿즈가 인기를 끌고 있다. 항공 업계 관계자는 “항공사의 서비스 경쟁이 사실상 상향 평준화하면서 이제는 항공사 브랜드가 들어간 다양한 제품으로 충성 고객을 만드는 데도 주력하는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