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주요 배터리 기업 중 최초로 미국에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다고 1일 밝혔다. 최근 ‘캐즘(chasm·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전기차 시장이 주춤한 가운데, 대안으로 주목받는 ESS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양산에 나선 LFP 배터리는 값비싼 코발트 대신 인산철을 사용해,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에너지 효율과 안전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양산 제품은 테라젠, 델타 등 주요 고객사에 공급이 확정된 상태로, 현지 생산을 통해 빠르고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뿐 아니라 관세 영향을 피하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추게 됐다고 LG 측은 밝혔다.
이 배터리가 탑재되는 ESS는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최근 인공지능(AI) 확산 등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급증하면서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시장도 커지고 있다. 기존에 주력해왔던 전기차 시장의 성장 둔화로 배터리 기업들이 ESS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다.
LG에너지솔루션도 그간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해왔던 미시간 홀랜드 공장 내부 공간을 ESS용 생산 라인으로 전환해 당초 2026년이었던 양산 일정을 앞당겼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ESS용 배터리는 기본 구조와 소재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와 유사하다”며 “전기차용 배터리와 개발·제조 공정에 큰 차이가 없어 사업 다각화가 쉬운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다른 배터리 기업들도 ESS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북미 최대 전력 기업 넥스트에라에너지와 4374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SK온도 지난해 ESS 사업 조직을 사장 직속으로 격상시키며 사업 본격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