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영국 런던 피커딜리 광장에서 진행하는 ‘삼성 비전 인공지능(AI)’ 옥외 광고의 모습. ‘삼성 비전 AI’는 사용자의 일상을 더 쉽고 편리하게 만드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피커딜리 광장을 비롯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중국 상하이 홍이 인터내셔널 플라자 등 주요 랜드마크에서 이 같은 옥외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경기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며 기반을 다지는 한편,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미래를 그리고 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미래 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며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사상 최대 R&D 투자

삼성전자는 지난해 R&D에 35조원, 시설 투자에 53조6000억원을 투입하며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분기별 R&D 투자액이 1분기(1~3월) 7조8200억원에서 4분기(10~12월) 10조3000억원까지 꾸준히 증가하며 매 분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올해 1분기(1~3월)에도 9조원을 투자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선제적 투자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기존 주력 분야에서 확고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TV 사업은 2006년부터 19년 연속, 모바일 사업은 2011년부터 14년 연속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R&D 활동의 지식재산화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1984년 최초로 미국에 특허를 등록한 이후, 2024년 기준 전 세계 총 26만 541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추진

삼성전자의 변신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에서 나타난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독일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공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공조산업이란 가정과 다양한 상업, 산업 시설에 최적의 공기를 공급하기 위해 온습도를 제어하는 산업을 뜻한다. 최근 지구온난화와 친환경 에너지 규제 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올해 5월 유럽 최대 공조 기기 업체인 플랙트를 15억유로(약 2조34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100년 이상의 기술력을 축적한 플랙트는 데이터센터, 박물관, 공항, 대형 병원 등에 고품질 공조 설비를 공급하는 기업이다. ‘데이터센터 업계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DCS Awards 2024’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로봇 사업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자회사로 편입하고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신설했다. 삼성은 삼성전자의 AI, 소프트웨어 기술에 레인보우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을 접목해 지능형 첨단 휴머노이드 개발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오디오 사업 강화도 눈에 띈다. 최근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 오디오 사업부를 3억5000만달러에 인수했다. 이를 통해 영국의 럭셔리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드윌킨스(B&W)’를 비롯해 데논, 마란츠, 폴크 등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확보했다. 1966년 영국에서 설립된 B&W는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디자인, 고급 소재, 고품질 사운드로 오디오 전문가와 애호가들 사이에서 사랑받는 럭셔리 오디오의 대표 브랜드다. B&W의 대표작 ‘노틸러스’ 스피커는 대당 1억50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