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4년여간의 여정 끝에 하나의 항공사로 통합됐다. 코로나 등으로 촉발된 항공 업계 위기 속에서 시작된 이번 통합은 단순한 기업 합병을 넘어 한국 항공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구조 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통합으로 탄생하는 항공사는 유상 여객 운송 거리 기준으로 세계 10위권에 올라서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을 통해 대한민국 항공 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본격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합 대한항공의 새 기업 이미지를 적용한 보잉 787-10 항공기가 이륙하는 모습.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세계 10위권 규모의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게 됐고, 동시에 한국 항공 산업의 경쟁력 역시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앞으로도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모두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 티어 항공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 밝혔다.

◇네트워크 통합으로 효율성 극대화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다양한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부분은 네트워크 통합에 따른 시너지다. 그간 양 사가 운영하는 국제선 노선 중 약 50여 개가 중첩되고 시간대마저 비슷한 상황이었다. 대한항공은 동일 시간대에 중복 운항하던 노선을 분산 배치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분산 배치를 하면 해외에서 출발하는 환승 스케줄이 다양해진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을 높이는 결과로도 이어진다. 인천으로 들어오는 환승객 숫자가 늘면 대한항공 외에 국내 저비용 항공사에도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미국 델타항공과 운영 중인 태평양 노선 조인트벤처(JV)에 아시아나항공의 운항편이 활용되면, 전체 노선망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대한항공은 예상하고 있다. JV란 항공사 등 두 개 이상의 기업이 특정 노선이나 사업 부문에서 공동으로 운항, 판매, 수익 배분 등을 협력하기 위해 맺는 전략적 제휴다. 업계에서는 이번 통합을 계기로 태평양 노선 외 새로운 노선에서의 JV 추진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규모의 경제로 시너지 창출

이번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적 운영 및 수익성 확대도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전체 시너지 규모를 연간 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하고 있다.

항공기 스케줄을 통합하면 운영 효율이 올라가면서 운영 기재를 10%가량 줄일 수 있고, 기내식·항공유·조업 등 주요 항목의 공동 구매와 계약을 통해 고정비 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신용 등급 개선을 기대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차입금 리파이낸싱 등을 통해 추가적인 금융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대한항공은 이런 시너지를 기반으로 기재·서비스·안전 분야에 재투자를 진행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약 2년간 자회사로 두고 안정적인 통합 준비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대한항공 측은 “통합 후에도 무리한 인력 구조 조정 없이 고용을 유지하고, 항공 산업 전반의 일자리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