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등에서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전기변환장치)에 대한 보안 문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도 현황 파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1일 한화큐셀, 현대에너지솔루션, 효성중공업 등 태양광 업체들과 회의를 갖고, 국내 태양광 인버터 현황을 파악했다고 26일 밝혔다. 태양광 인버터는 전지에서 만든 직류 전기를 가정과 공장 등에 보내기 위해 교류로 바꿔 전력망에 공급하는 장치로 태양광 패널의 ‘두뇌’로 불린다. 하지만 원격으로 작동하게 돼 있다 보니 사이버 보안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최근 미국에선 중국산 인버터에서 제품 설명서에 없는 악성 통신 장치가 발견되면서 중국이 이를 악용해 전력망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지난달 말 스페인·포르투갈 대정전의 원인으로 태양광과 관련한 사이버 공격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중국산 태양광 부품에 대한 불안은 유럽에서도 커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중국산 인버터를 이용해 유럽 전력 인프라에 원격으로 접근할 수 있다면, 사이버 공격에 유럽 전력망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태양광 인버터 중 90~95%는 중국산으로 알려졌다. 중국산 인버터를 통해 국내 전력망 정보와 전력 수급 현황이 유출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인버터를 조종해 정전과 같은 전력망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이날 산업부는 풍력 발전 사업자 선정 때 발전 설비 및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 국내 공급망 기여 수준 등을 반영한 ‘안보 지표’를 처음으로 평가 항목에 포함하기로 했다. 국산 부품·설비를 채택한 기업에 더 높은 점수를 줘 국내 업계를 살리고, 해킹 등 사이버 위협 우려를 줄이겠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