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관세 휴전’이 발표된 지 일주일 만에 한국에서 북미로 향하는 해상 운임이 10% 넘게 올랐다. 중국 주요 항만에서 밀어내기 수출 물량이 급증했는데, 부산항을 거쳐서 미국으로 가는 노선이 많기 때문에 국내 화주(貨主)들도 컨테이너선 예약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주요 해운사도 요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의 한국형 운임 지수(KCCI)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항만을 출발해 미국 로스앤젤레스 항만 등 북미 서안을 향하는 노선 운임(40피트 컨테이너 1개 기준)은 2898달러였다. 전주(2514달러) 대비 약 15% 올랐다. 북미 동안으로 가는 운임도 전주 대비 약 13% 올랐다.
글로벌 해상 운임 지표 SCFI(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전주 대비 9.9% 올랐다. 특히, 중국 상하이항을 출발하는 대표 글로벌 항로 13개 중 북미 서안, 동안 항로가 각각 약 31%, 22%나 급등했다.
지난 12일 미·중 양국이 서로 100% 넘는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기로 합의하면서 해상 운임의 단기 급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관세 유예는 미국 기준 5월 14일부터 90일간 적용된다. 그러자 주요 선사들은 지난 15일부터 컨테이너당 1000달러 운임 인상을 단행했고, 오는 6월에는 인상 폭이 6000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관세 유예 기간 코로나 팬데믹 때 같은 ‘사재기 수입’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해운업계 북미 노선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 크리스마스(12월) 쇼핑 시즌에 대비해 3분기(7~9월)가 성수기인데, 관세 휴전 기간에 재고를 비축하기 위해 해운 물동량이 대폭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운임 인상 폭이 더 커지면 화주 입장에선 셈법이 복잡해진다. 관세를 피하려다 높은 운임 때문에 물류비 비용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