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산업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대기업과 달리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등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장기 둔화에 이어 미국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업 여건이 취약한 중견기업의 부진이 더 컸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4월 대한상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제조 중견기업 중 70% 이상이 미국 관세 정책의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기업 데이터 연구소 CEO스코어가 발표한 국내 500대 상장 중견기업의 1분기 실적에 따르면, 이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2조9416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221억원)보다 2.7% 감소했다. 국내 500대 대기업 중 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342사의 1분기 영업이익이 60조9628억원으로 전년 동기(52조734억원) 대비 17.1%(8조8894억원) 늘어난 것과 대비됐다. 매출액은 500대 대기업은 약 814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고, 중견기업은 약 60조원으로 4%가량 늘었다.
대기업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했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으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이 순풍을 탄 SK하이닉스의 증가 폭이 가장 컸다. SK하이닉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2조8860억원) 대비 4조5545억원(158%) 늘어난 7조4405억원이었다.
반면, 중견기업은 건설·건자재 업체들의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96억원(65.6%) 감소해 가장 많이 줄었다. 건설업 장기 부진 여파가 이어진 영향이다. IT 전기·전자 업종의 중견기업 영업이익도 22.6% 감소했는데, 업종 내 중견기업 사이 희비도 엇갈렸다. HBM 핵심 장비를 공급하는 한미반도체는 1분기 영업이익이 409억원(142.6%) 증가했지만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모바일·PC 관련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