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침체)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배터리 ‘빅3’ 기업의 차입금이 계속 늘어나는 반면, 공장 가동률은 떨어지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대규모 설비가 필요하고 앞으로 출시될 차세대 제품에 장착되기 때문에 2~3년 앞선 투자가 필수적이다. 캐즘 이후를 대비해 지금 당장 투자를 이어가야 하는데, 수요 침체로 수익이 줄어든 상황이 이어져 결과적으로 외부 자금을 빌려다 쓰는 일이 늘고 있는 것이다. 최대 전기차 시장 중 하나인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해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거나 폐지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도 악재다.

18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의 1분기(1~3월) 보고서를 종합하면, 3곳의 차입금 규모는 약 49조6000억원으로 작년 말 약 42조5000억원에서 7조원 이상 늘었다. 기업별로 차입금 규모는 LG에너지솔루션 17조6126억원, 삼성SDI 11조6155억원, SK온 20조3907억원이다. 삼성SDI의 경우 지난 3월 차입과 별도로 약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까지 하면서 외부에서 현금을 조달했다. 북미와 유럽에 짓고 있는 공장에 들어가는 자금과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에 계속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2~3년 뒤 캐즘을 극복하고 다시 전기차 수요가 늘어날 때 빠르게 대응하려면 공장 설비나 기술 등에 대한 선제 투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지출할 곳은 많지만 사업 부진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인 공장 가동률에서 이런 상황이 드러난다. K배터리 기업 중 대표 격인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평균 가동률이 2023년 말 69.3%에서 올 1분기 51.1%까지 내려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1분기 실적 발표 때 이에 대해 “대외적인 변동성과 수요 불확실성으로 인해 고객사들이 전기차 생산 속도를 조절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는 여파”라고 설명했다. 삼성SDI는 소형 전지 분야 가동률만 공개했는데, 지난해 58%에서 올해 1분기 32%로 떨어졌다. 다른 배터리 사업 가동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