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고양시에 세워진 송전탑./장련성 기자

IEA(국제에너지기구)는 지난 2월 내놓은 ‘미래 송배전망 구축’ 보고서에서 “전력 수요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지금 송배전망에 투자하지 않으면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AI(인공지능)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가 급격히 늘고,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며 전력 수요는 빠르게 늘지만,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수요지로 보낼 송배전망 구축이 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수급 미스매치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력 소비는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이뤄지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는 영호남과 강원 등 비수도권에 주로 입지해 송배전망의 중요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더 크다.

실제 정부가 지난 2월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38년 최대 전력 수요를 145.6GW(기가와트)로 예측했다. 불과 2년 전인 2023년 1월 발표한 10차 전기본에서 2036년 수요를 135.6GW라고 한 것에 비해 10GW 이상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새롭게 확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첨단 산업 수요에, AI 확산에 따라 늘어나는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등 우리 생활 곳곳에서 늘어나는 전기 수요를 더한 결과다.

정부는 1.4GW급 대형 원전 2기와 SMR(소형 모듈 원전) 1기, 태양광과 풍력 설비를 늘려 대응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형 원전은 기존 원전이 자리한 영남, SMR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는 비수도권에 건설될 가능성이 크다. 태양광과 풍력 또한 영호남에 많아 결국 송배전망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란 지적이 많다. 결국 지금처럼 송배전망 건설이 늦어지면 수도권에서는 전기가 없어 아우성을 치고, 비수도권에서는 전기를 만들어도 보낼 방도가 없어 발전소를 멈추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2030년대 후반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보내지 못하는 발전 설비 규모가 20GW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