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산의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의 본업(本業)에 해당하는 제련업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다. 이로써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여 온 MBK·영풍 연합을 비롯해 어느 기업이 경영권을 획득하더라도, 해외 매각 절차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고려아연이 보유한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 ‘헤마타이트 공법’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해외 유출 시 국가 안보와 경제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기술로, 해외에 수출하거나 이를 보유한 기업을 해외에 매각할 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11월 주력 사업인 아연의 제련 과정에서 철 등 불순물을 효율적으로 회수하는 기술인 ‘헤마타이트 공법’과 기존 건식 제련법에 비해 제조 원가를 60% 낮출 수 있는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 등 2건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바 있다.

산업부는 고려아연이 신청한 두 기술 가운데 우선 헤마타이트 공법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기로 했다. 산업부 측은 “학계 인사로 구성된 전문위원회가 해당 공법의 기술적 우위, 산업 공급망에서 아연이 차지하는 중요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안티모니 메탈 제조 기술에 대해선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안티모니는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전략 광물 자원으로 중국이 수출 통제를 하고 있는 품목 중 하나다. 이 기술의 국가 핵심 기술 지정에 대해선, MBK 측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지난해 지정된 이차전지 전구체(양극재 핵심 원료) 제조 기술에 이어 국가 핵심 기술 2개를 보유하게 됐다. 이로써 고려아연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온산제련소를 해외에 매각할 경우,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절차가 생겼다.

정부는 이 밖에 전자제품 내 안정적인 전류 통제를 위한 적층 세라믹 콘덴서(MLCC) 기술, 국방상 중요성이 인정된 합성개구 레이더(SAR) 탑재체 제작·신호 처리 기술도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하기로 했다. 추후 행정 예고와 규제 심사 등을 거쳐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