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입자 유심(USIM) 정보를 해킹당한 SK텔레콤에 대해 교체 수요에 충분한 유심을 확보할 때까지 번호 이동을 포함한 모든 신규 가입자 모집을 중단시켰다. 지난달 22일 해킹 사실이 외부에 알려진 후 SK텔레콤은 2500만명 전체 가입자(알뜰폰 포함)에게 무상으로 유심을 교체해준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확보한 유심은 100만개에 불과해 비판이 일었다. SK텔레콤은 5월과 6월에 각각 유심 500만개씩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현재 교체 수요에도 턱없이 부족한 유심을 신규 가입자 개통에 쓴다는 비판이 일자 고강도 조치를 내린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일 SK텔레콤에 대해 “유심 부족 현상이 해결될 때까지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 신규 모집을 전면 중단하라는 행정 지도를 했다”고 밝혔다. 행정 지도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과기정통부는 국내 통신 사업에 대한 인허가권이 있는 규제 기관인 만큼 사실상 강제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무상 교체 첫날인 지난달 28일부터 유심 대란이 벌어졌고, SK텔레콤 매장마다 유심을 교체하려는 가입자들이 몇 시간씩 대기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유심을 교체한 SK텔레콤 가입자는 83만여 명에 불과하다. 705만명이 온라인으로 유심 교체 예약을 신청했지만, 언제 교체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SK텔레콤은 이날 “현 상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부 행정 지도에 대한 실행 방안을 검토 중이며, 2일 중 언론에 브리핑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SK텔레콤 이용을 중단하고 싶지만, 위약금 문제 때문에 다른 통신사로 바꾸지 못하는 고객을 위한 위약금 면제 검토도 지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문제를 SK텔레콤에만 맡겨놓지 않고 직접 법무법인(로펌) 3곳에 관련 법률 검토 용역을 맡긴 상태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도 지난달 30일 국회 과방위에서 위약금 면제에 대한 질문을 받자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SK텔레콤이 ‘해킹 사고에 따른 이용자 피해 발생 시 책임지겠다’고 밝혔던 100% 보상 방안에 대한 구체적 내용 마련도 촉구했다.
과기정통부는 또 아직까지 유심 보호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한 취약 계층을 위해 SK텔레콤이 이들을 찾아가 등록을 받거나 일괄적으로 가입시키는 방안도 요구했다. 스마트폰 사용이 서툴러 유심 보호 서비스 신청 앱을 이용하지 못하거나, 직접 매장을 방문하기 어려운 노년층이나 장애인 등에 대한 구제안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강도현 과기정통부 2차관은 “SK텔레콤에 더욱 책임 있는 조치를 강력히 촉구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