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60달러 선 아래로 떨어지며, 4년 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국제 유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두 전쟁과 잇따른 경기 둔화 우려에도 2023년 하반기부터 1년 넘게 70~90달러 박스권에서 맴돌았지만, ‘관세전쟁’의 충격이 거세지자 지난달 초 70달러 아래로 밀린 뒤 60달러 선까지 잇따라 뚫리고 있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하락세를 계속 이어가면서 항공권 유류 할증료도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30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직전 거래일보다 2.21달러(3.66%) 떨어진 배럴당 58.2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7.76달러를 기록한 지난 2021년 3월 23일 이후 4년 1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13달러 하락한 배럴당 63.12달러에 마감했다.
세계 2위 산유국인 사우디의 증산 움직임이 국제 유가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사우디 정부 관계자가 일부 동맹국과 업계에 “원유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도 낮은 유가를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세계 최대 산유국 미국이 원유 생산량을 크게 늘리자, 유가 하락을 감수하더라도 증산을 택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항공권에 붙는 유류 할증료도 최근 3년 새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류 할증료는 항공사가 국제 유가 상승에 따른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운임에 부과하는 요금인데 유가가 떨어지자 나란히 하락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이달 발권되는 국제선 항공권에 붙는 유류 할증료를 편도 기준 1만500~7만6500원으로 조정했다. 한 달 새 최대 2만2500원이 낮아졌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달보다 최대 1만2500원 내린 1만1700~7만8100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등 저비용 항공사(LCC)도 이달 전반적으로 유류 할증료를 인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