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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전례 없는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올해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강경 관세 정책은 세계 무역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 수출 주도형의 한국 경제도 이러한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만에 2%에서 1%로 확 낮췄고,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도 3.3%에서 2.8%로 0.5%포인트 깎았다. 여기에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 중립 요구와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까지 더해지면서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를 돌파하는 것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강력한 하나의 무기다. 경쟁자를 압도하는 차별화한 품질과 기술력,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우월한 서비스 등이 필수다. 기업들은 저마다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핵심 아이템을 찾아 나서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바이오, 친환경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의 선제적 포지셔닝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용석우 삼성전자 사장이 이달 초 열린 ‘Unbox & Discover 2025’ 행사에서 ‘AI TV’ 시대를 선언하며 115형 초대형 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그룹 제공

삼성그룹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자장비(전장) 등 3대 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3억6000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디바이스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한다. 바이오 분야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전장 분야에서는 삼성전기가 핵심 경쟁력을 주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로보틱스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잡았다. 지난 3월 준공한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에는 이미 자율주행 운반 로봇과 4족 보행 로봇 ‘스팟’ 등이 일한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도 시범 투입할 예정이다.

SK그룹은 AI를 미래 전략의 핵심 동력으로 삼고 전 계열사 차원에서 사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 HBM4 12단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며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SK텔레콤은 AI 기반 통신 전략을 앞세워 ‘AI 기지국’ 기술 실증과 AI 에이전트 출시를 진행 중이다.

LG AI연구원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임직원이 ‘챗엑스원’을 체험할 수 있는 행사를 열고 있다. /LG그룹 제공

LG그룹은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기술력을 확장 중이다. 올해 3월 국내 최초 추론 AI인 ‘엑사원 딥’을 공개했으며, 사내 AI 에이전트 ‘챗엑사원’은 3만7000명이 활용 중이다. 의료 분야에도 단백질 구조 예측 AI와 알츠하이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AI 윤리 강화와 더불어 AI 인재 육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문화에서 돌파구의 실마리를 찾는 기업도 있다. GS그룹은 출범 20주년을 맞아 4월 말 문을 연 GS아트센터를 그 거점으로 삼고자 한다.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GS그룹이 제조·유통을 넘어 감성과 문화를 아우르는 브랜드로 확장해 나가는 미래 브랜딩의 거점이다. 미래 소비자는 단순한 제품보다는 브랜드의 문화적 감수성과 사회적 책임에 주목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 생산 로봇이 용접을 하며 차체를 조립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동시에 국내 기업들은 과감한 구조 조정과 전략적 투자를 통해 사업 효율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며 통상 질서가 바뀌려 하고 있고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커진 것이 배경이다. 또한 산업 각 분야에서 중국과의 치열한 경합과 AI 중심의 변화가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빠르게 변신해 나만의 무기를 찾는 게 핵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내 10대 그룹 중 6곳이 몸집을 줄이고 현금 확보에 집중하며 ‘혹한기’를 대비하고 나섰다. SK를 비롯해 롯데그룹, 포스코그룹이 크게는 조 단위 사업들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으며 대규모 구조 조정에 착수했다. LG·현대차·신세계그룹도 주요 사업 매각이나 재무 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순위 2위 SK그룹은 최근 1년 새 계열사와 사업부 등 1조9100억원 규모의 회사 자산을 매각했다. 렌터카나 폴리우레탄 원료, 가전 등 비주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재조정하고 AI(인공지능)에 집중한다는 취지다.

포스코그룹도 구조 개편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고 자산 효율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저수익 사업과 비핵심 자산 구조 개편 프로젝트 125개 중 45개를 완료했다. 이를 통해 창출한 현금만 6625억원이다. 구조 개편으로 확보한 재원은 성장 투자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