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00대 기업 10곳 중 6곳 이상의 부채비율이 10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효성화학은 조사 대상 기업 중 유일하게 모든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완전자본잠식’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남산 바라본 도심 주요 기업체 건물./연합뉴스

30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매출 기준 500대 기업 중 결산보고서를 제출한 353곳(금융업 제외)을 대상으로 부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완전자본잠식을 포함해 부채 비율이 100%를 넘는 기업은 221곳(62.6%)으로 집계됐다.

부채비율은 기업의 부채 총액을 자본 총액으로 나눈 값이다. 부채 비율이 높으면 자본보다 빚(부채)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경기 침체나 원가 상승 등 외부 충격에 취약해진다. 다만, 부채비율이 높다고 무조건 기업 경영 상황이 나쁜 것은 아니다. 신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경우 자금 조달 방식에 따라 부채 비율이 높아질 수 있다. 통상 부채 비율 100% 이하는 안정적인 경영 상황으로 본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평균 부채비율은 2023년 말 102.9%에서 2024년 말 103.7%로 소폭 올랐다.

조사 대상 기업 중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효성화학이 유일했다. 효성화학은 업황 부진에 따른 적자로 재무 안정화를 위한 사업 부문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안한 재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본 총액은 -680억원으로 공시됐다.

부채비율이 1000%를 넘긴 곳은 자본 잠식인 효성화학을 비롯해 한성자동차(2319.6%), 티웨이항공(1798.9%), 삼성전자서비스(1520.3%), 아시아나항공(1240.8%) 등 총 5곳(1.4%)이다.

이중 한성자동차는 부채비율이 전년(930.3%) 대비 1389.3%포인트 급증하며 1년 새 가장 많이 늘어났다. 이어 티웨이항공(1081.9%포인트), 삼성전자서비스(453.6%포인트), 금호건설(328.6%포인트), 팜스코(242.4%포인트), E1(169.5%포인트) 등의 순으로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많이 증가했다.

유통기업 컬리는 부채비율이 전년 대비 9641.7%포인트 감소하며 조사 대상 중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부채비율은 733.6%로 여전히 높았다. CEO스코어는 “재무 안정화보다는 지속적인 증자로 자본이 늘면서 부채비율이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2023년 자본 잠식 상태였던 태영건설은 지난해 720.2%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며 자본 잠식에서 벗어났다.

공기업의 부채비율은 23.1%포인트 줄어든 294.3%를 기록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전년(482.7%) 대비 50.0%포인트 내린 432.7%를 기록했다.

유통업(15.6%포인트), 서비스(2.5%포인트), 제약(1.0%포인트) 등은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감소했다.

반면 조선·기계·설비(15.5%포인트), 지주(12.2%포인트), 운송(10.5%포인트), 철강(10.0%포인트), 석유화학(5.7%포인트) 등은 전년 대비 부채비율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