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엘라벨에서 열린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준공식에서 아이오닉 5 차량에 기념 서명을 하고 있다./현대자동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폭탄은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도요타, 폴크스바겐 등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에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이날 현대차그룹이 미 조지아주에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식을 가졌듯 앞으로 자동차 제조사도 줄줄이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등 새로운 대응책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최근 볼보는 XC60, XC90 등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 스웨덴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전기 SUV EX90을 생산하지만, 미국 내 생산 모델과 규모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램, 닷지 등을 만드는 스텔란티스도 미 벨비디어 공장을 2027년부터 재가동해 전기 픽업트럭 위주로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2023년 생산 부진 등을 이유로 가동을 멈췄지만 올 1월 존 엘칸 스텔란티스 그룹 회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가동 재개를 결정했다. 일본 닛산도 멕시코 생산 기지 일부를 미국으로 옮기는 안을 검토 중이다. 닛산이 지난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한 차는 32만대다.

물론 완성차 제조사 대다수는 이미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BMW는 사우스캐롤라이나, 도요타는 켄터키, 닛산은 테네시, 메르세데스-벤츠는 앨라배마, 혼다는 인디애나와 오하이오 등지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있다. 그러나 멕시코에서 자동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폴크스바겐과 아우디 등은 초비상이 걸렸다.

이번에 현대차가 미 조지아주에 연산 30만대 규모로 공장을 준공함에 따라 이 회사들 역시 멕시코·캐나다 생산 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높은 관세에 따른 피해를 줄이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에 편승하는 효과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생산성과 부품 조달 시스템에서 미국은 결코 생산 효율이 높다고 할 수 없지만 25%나 되는 관세를 피하려고 어쩔 수 없이 미국 진입을 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