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작년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마무리 지으며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로 도약을 앞두고 있다. 사진은 대한항공의 에어버스 A350-900 항공기. /대한항공 제공

대한항공은 작년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 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양사의 유상 승객 운송 거리를 합산하면 세계 10위권이고, 화물 수송 실적은 아시아나항공을 제외하고 대한항공만 따져도 세계 6위다. 양사는 2년여 통합 과정을 거쳐 ‘통합 대한항공’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항공 업계에선 국내 대형 항공사 두 곳이 통합하면서 한국 항공 산업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너지를 내는 등 산업계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

가장 먼저 꼽는 것은 ‘중복 자원의 효율화’다. 그간 경쟁사로서 불필요하게 중복 투자가 이뤄졌던 것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남는 자원을 새로운 분야에 투자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우선 양 사의 중복 운항 노선이 효율화되면서 승객들이 갈 수 있는 도시와 탑승 시간대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항공업은 대규모 고정 자산이 투자되는 ‘규모의 경제’ 산업이기 때문에 항공기 가격, 임대료나 공항 사용료 협상 등에서도 대한항공이 지금보다 우위를 차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자체 정비 센터를 갖춘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의 정비까지 도맡으면서, 항공 MRO(정비·수리·분해조립) 분야의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통합 항공사 출범으로 국가 항공 산업의 경쟁력을 지키고, 인천공항의 허브 기능 강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등 통합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글로벌 항공 업계에서도 양 사의 합병에 기대감 섞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항공사인 델타항공의 에드 바스티안 회장은 지난해 9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항공 네트워크 강화를 위한 전략적 논의’에 참석해 양 사 합병 추진을 “잭팟(Jackpot)이 터진 느낌”이라며 “대한항공과 델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델타항공은 현재 대한항공과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 단계인 ‘조인트 벤처(JV)’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단순한 공동 운항을 넘어 공동 마케팅과 영업 활동을 하고, 수익과 비용 등 재무적 성과까지 공유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델타항공으로서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시너지가 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말까지 아시아나항공을 자회사로 운영하며 완전 통합 절차를 이어간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신임 대표이사를 비롯해 대한항공 임원 13명을 아시아나항공으로 이동시키는 인사를 단행했다. 대한항공은 향후 안전 운항 체계, 정보통신(IT) 시스템, 조직 및 회계 제도, 글로벌 얼라이언스 등 여러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런 일이 모두 마무리되고 ‘통합 대한항공’이 출범하면 항공기만 230대가 넘는 세계 10위권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한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은 올 초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의 통합은 한 회사에 다른 회사가 흡수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조직과 시스템을 하나로 만드는 물리적 준비는 물론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화합 기반을 다져 나가자”고 당부했다. 이어 “통합까지 이르는 과정, 그리고 통합 이후에 능력과 노력에 따라 공정한 기회와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