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가 작년에 흑자 1조원을 냈다지만, LNG(액화천연가스) 요금 올린 탓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 아닌가요. ‘미수금’부터 갚아야 하는데 배당금으로 써버리는 게 바람직해 보이지 않습니다.”(김수이 홍익대 교수)
26일 한국가스공사가 작년 말 종가의 4.1%인 주당 1455원씩, 모두 1270억원을 주주에게 배당한다고 밝히자 나오는 반응입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1조1490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하자 2년 동안 멈췄던 배당을 재개한 것입니다.
1조원이 넘는 이익을 보면 배당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도시가스 회사에 가스를 원가보다 싸게 밑지면서 팔아도 회계 장부에는 손실이 아닌 자산인 ‘미수금’으로 처리하는 독특한 가스공사의 사정을 감안하면 문제가 좀 달라집니다. 지난해 1년 동안 쌓인 미수금 1조366억원을 당기순이익에서 뺀 ‘진짜 이익’은 1124억원에 그칩니다. 사실상 이익보다 더 많은 돈을 배당하는 셈입니다.
한 해의 경영 성과를 주식회사의 주인인 주주와 함께 나누는 배당 자체를 두고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가스공사는 작년 말 기준 자기자본의 4.3배 넘는 47조원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기업입니다. 작년 한 해 이자로만 1조5000억원이 넘는 돈을 냈습니다. 다른 회사였다면 진작 해마다 손실로 잡혔을 미수금 규모만 4년(2021~2024년) 동안 14조원에 달합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요금을 10% 이상 내렸던 가스공사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며 천연가스 국제 가격이 급등하자 그해에만 뒤늦게 요금을 4차례 올리며 이른바 ‘난방비 폭탄’ 사태를 불러왔습니다. 2022년 이후 인상률은 43%에 달합니다.
가스공사의 최대 주주는 한전과 국민연금을 합쳐 54%를 가진 ‘정부’입니다. 앓는 소리를 내며 서민 주머니를 탈탈 털어 이익을 내자, 기다렸다는 듯이 배당으로 빼가는 형국입니다. 세수가 부족한 정부로선 어쩔 수 없고, 몇 년째 배당이 끊긴 일반 주주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하지만 서민들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하며 가스 요금을 올려온 공기업에서 쥐꼬리만 한 이익이 났다고 정부가 배당부터 챙기는 행태를 소비자와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