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정계가 한미 조선업 협력을 재차 강조하면서 국내 조선업계의 미국 진출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국내 최대 조선사 HD현대중공업은 미국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지난 19일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미국 조선소를 직접 인수하거나 현지 조선소와 협력하는 방안 모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11월 당선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고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미 상원에서는 미 해군 군함 건조를 한국 등 동맹국에 맡길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SOS’ 요청이 이어진 영향이다.

미 워싱턴DC에 있는 허드슨연구소는 ‘선박 정비: 미 해군의 조선·수리 강화’를 주제로 한 세미나에 HD현대중공업을 초청했다. 미 최대 방산 분야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의 톰 무어 수석부사장, 미 국방용 자율 운항 선박 업체 사로닉 테크놀로지스의 롭 레먼 공동 창립자 등도 참석했다. 이날 HD현대중공업 측은 “미 해군 함정 건조 및 MRO(유지·보수·정비) 협력을 통해 지역 내 심각한 해양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을 지원하고자 한다”며 “단기적으로는 미 해군의 인도·태평양 준비 태세 강화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미국 조선 산업 기반 강화를 지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은 자국 조선업 제조 생태계가 사실상 붕괴해 핵추진 잠수함 같은 군함 수리가 수십 개월씩 지연되는 등 안보 공백이 생겼고, 숫자로는 중국에 해군력이 역전됐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은 이런 변화를 고려해 최근 수년간 미 함정 시장 진출을 준비해왔다.

작년 한화오션은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 MRO 사업을 따냈고 미국 현지 필리조선소 인수도 마무리했다. HD현대중공업도 올해 미 해군 MRO 입찰에 참여하고 대미 사업을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조선업계의 대미 사업 핵심은 MRO를 넘어 신규 군함 건조를 따내는 것이다. 다만 국내 조선사는 미국에서 법 개정을 통해 국내에서 건조해 수출하는 방식을 원하지만, 미국 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기조대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만들어 현지 투자까지 유치하는 것을 선호한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미 조선업 생태계가 완성된 국내에서 건조하는 것과 미국에 직접 진출하는 것은 시간이나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있어 향후 협상 때 주요 쟁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