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상호 관세를 발표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24일 만에 국가별 관세, 품목별 관세, 상호 관세 등 공약했던 각종 ‘관세 폭탄’을 차례로 선보였다. 하지만 실제 시행 중인 것은 중국을 상대로 한 10% 추가 관세뿐이다. ‘멕시코·캐나다 25% 관세’는 시행 하루 전 한 달 유예를 선언했고,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시행일을 한 달 뒤인 다음 달 12일로 못 박으면서 협상 여지를 남겼다. 13일 자동차는 시점을 명시하지 않은 채 “조만간 부과하겠다”고 했다.
통상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트럼프식 ‘관세 태풍’이 ‘예고→지연→발표→유보’라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대선 공약을 지킨다는 이미지를 주는 동시에 실제 시행할 때의 국내 부작용을 고려하면서 협상을 통해 얻어낼 건 얻어내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 포문을 열었다. 당초 대선 직후엔 취임 첫날(1월 20일)로 예정했다가, 최종적으론 이달 1일 발표했다. 그리고 시행 전날 멕시코·캐나다 관세를 한 달간 유예했다. 이들 국가 정상과 잇달아 통화해 불법 이민과 펜타닐(마약) 통제 약속 등을 받은 직후였다. 10일엔 철강·알루미늄 관세안에 서명했지만 역시 시행일은 3월 12일이다. “관세에 예외는 없다”고 했지만, 시간을 주면서 사실상 각국이 반대급부를 내놓도록 유도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각국은 대미 투자 확대, 미국산 에너지 구입 같은 선물 보따리를 앞다퉈 풀고 있다. 유럽도 “현재 10%인 기존 자동차 관세를 (미국의 관세율인) 2.5%에 가깝게 낮출 의향이 있다”며 미국 달래기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트럼프 대통령이 비슷한 패턴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공약한 관세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대신 상대국과 관세율 등을 조정해 나간다는 것이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미국이 내놓는 관세 정책 하나하나에 대응하기보단 큰 틀에서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는지 일종의 패키지를 만들어 미국에 제시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