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가와 품목을 가리지 않고 ‘관세 폭탄’ 드라이브를 건 가운데, 각 나라가 미국과 물밑에서 일대일 협상에 나서며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나라마다 정상 간 대화로 관세 면제를 요청하거나, 대규모 대미(對美) 투자를 앞세워 트럼프의 환심을 사려 노력 중이다. 하지만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우리나라는 트럼프 취임 후 아직 양국 정상 간 통화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이스라엘 다음으로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에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12일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미국 정부에 우리를 관세 대상에서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7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대미 투자를 1조달러(약 1450조원)로 늘리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내세워 추가적인 관세 면제를 노릴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미국의 핵심 동맹국인 호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먼저 “관세 면제를 고려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10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후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요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양국 이익을 위해 면제를 고려하기로 동의했다”고 했다. 미국 입장에서 호주는 중국 위협에 대응할 중요한 안보·경제 동맹인 데다, 미국이 호주와의 무역에선 흑자를 보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대만 역시 지난 11일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위해 워싱턴으로 차관급을 급파했다. 대만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에 미국이 관세를 때릴 가능성이 높아지자 곧바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인도는 13일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산 무기, 가스 등 수입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간 통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만간 통상차관보급 실무진이 워싱턴을 방문해 철강 관세를 포함한 다양한 사안을 논의하고 우리 의견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