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전력 소비가 작년에 이어 올해와 내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AI(인공지능)와 암호화폐를 위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파 등으로 난방 수요도 함께 늘어나는 여파로 분석된다.

미국 테네시주의 세쿼야 원전. /조선일보DB

11일(현지 시각)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단기 에너지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고, 미국 전력 소비가 작년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보고서에서 EIA는 미국 내 전력 수요가 작년 40억8200만㎾h(킬로와트시)에 이어, 올해는 41억7900만㎾h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내년(2026년)에도 42억3900만㎾h까지 늘면서 해마다 전력 수요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폭증하는 전력 수요는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이 주로 뒷받침할 것으로 분석된다. EIA의 미국 내 에너지 믹스(전원 구성) 분석에 따르면, 석탄과 가스 등 화석연료 부문은 꾸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천연가스 발전 비율은 작년 43%에서 올해 40%, 내년 39%로 감소할 것으로 보이고, 석탄도 작년과 올해 16%를 기록하다 내년 15%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재생에너지는 작년 23%에서 올해 25%, 내년 27%까지 계속 늘어나고 원자력은 19%로 꾸준히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배경에는 AI와 암호화폐로 인한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EIA는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과 암호화폐 전용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고 가정과 기업이 난방과 교통에 더 많은 전기를 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초거대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약 73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반도체와 전력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왔다.

앞서 미국은 원전 확대를 통해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왔다. 100.6GW(기가와트) 수준인 원전 발전 용량을 2050년까지 300GW 수준으로 늘리겠다는 ‘원전 확대’ 로드맵을 작년 11월에 제시하기도 했다. 단기적으로는 향후 10년간 약 35GW의 신규 원전 가동을 목표로 하겠다는 취지였다. 작년 9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1979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 가동을 중단했던 펜실베이니아주 스리마일섬 원전을 재가동해, 2028년쯤부터 전력을 공급받겠다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