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재해가 주로 발생하는 건설업, 제조업뿐 아니라 식당, 마트, 카페 등 요식업 및 서비스업, 일반 회사까지 ‘5인 이상 사업장’ 모든 곳에 적용된다. 이 때문에 법 도입 때부터 “사고 예방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는 대기업보다 영세 기업만 피해를 볼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회사 대표가 생산, 영업, 총무 등 1인 다역을 해야 하는 50인 미만 기업들은 안전 전문 인력이나 예산이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등 영세기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법 시행 후 작년 말까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유죄를 선고받은 29건 중 약 90%(26건)가 중소기업이었다. 나머지 3건은 중견기업이었고, 대기업 사건은 모두 1심 진행 중으로 아직 사례가 없다. 경총 관계자는 “중소·중견기업에 판결이 집중된 이유는 대기업에 비해 안전 인력, 예산이 부족해 중처법이 요구하는 수많은 안전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종 특성으로 사고 발생 위험은 큰데 대비는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 작년부터 공사비 5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장에도 법이 확대 시행됐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달리 영세 건설사나 제조업체는 안전 전담 인력을 고용하는 일부터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 한 지방 소재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치솟은 연봉 조건을 맞춰준다고 겨우 설득해 인력을 구하더라도 몇 달 지나면 다른 현장으로 옮기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경기 안성시의 20여명 규모의 제조업체 대표 김모씨는 “안전 관리 책임자를 고용하는 데에만 수천만원을 쓰는데, 예기치 못한 사고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어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라고 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현장대리인이 안전 업무도 겸하는 경우가 많지만, 어떻게 법에서 정한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하는지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작년 5월 경총이 공사비 50억원 미만 기업 대상으로 중처법 준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77%가 “법 준수를 완료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계는 마지막 수단으로 작년 4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기업 규모별로 안전 대책 능력에 현격한 차이가 있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이상 사업장’과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 아무런 차등을 두지 않은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이유였다. 헌재 논의는 11개월째 특별한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