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알려진 동해 영일만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이 1차 시추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는 탐사 시추를 통해 얻은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해외 투자를 유치해 추가 탐사 시추를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추에 실패는 없다”며 추가 탐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6월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동해 영일만 앞바다 심해에서 석유·가스가 묻혀 있을 가능성이 큰 유망 구조 7개를 발견했다고 밝히고, 20% 확률을 감안해 최소 5개의 시추공을 차례로 뚫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난해 12월 30일 새벽 경북 포항시 앞바다에 위치한 대왕고래 유망구조에서 웨스트 카펠라호가 탐사 시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가스 징후, 어디서 유래했는지 중요”

6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동해 심해 가스전에서 1차 탐사 시추를 진행한 결과 가스 징후는 발견했으나 경제성을 확보할 수준은 아니었다”며 “해당 시추공은 다시 원상 복구했다”고 밝혔다. 기대와 달리 첫 번째 시추공에서는 사실상 석유·가스 부존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것이다.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지난해 6월 탐사 시추 계획 승인 후 대왕고래 구조를 1차 시추 위치로 선정하고,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4일까지 47일간 탐사 시추를 진행했다.

산업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해저에서 1761m를 뚫어가며 가스 징후는 발견했지만, 해당 위치에서 다른 곳으로 가스가 이동한 흔적인지, 해당 위치에 있던 유기물에서 유래한 것인지를 지금 판단하기는 이르다”며 “다만 덮개암과 저류층, 공극률 등은 예상했던 것보다 좋았고, 이에 따라 나머지 6개 유망 구조에 대해선 조금 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람으로 치면 조직검사를 하듯이 1700개가 넘는 샘플을 전문 기관에서 분석하게 된다”며 “채취한 시료를 정밀 분석하고, 후속 탐사 추진 때 유용하게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이날 글로벌 유력 기업들을 대상으로 분석 용역 입찰을 진행하고 있으며, 2월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간 결과는 5~6월, 최종 결과는 8월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와 석유공사는 해외 기업 투자 유치를 위한 입찰 일정도 3월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 고위 관계자는 “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 부담을 줄일 방침”이라며 “해외 주요 메이저 기업들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 자원 개발 생태계 구축의 타당성이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고위 관계자는 최근 마귀상어 구조로 알려진 추가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에 대해선 “전문가 검증을 마친 후 구체적으로 밝히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르웨이는 33번째 시추공서 유전 발견

업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선 석유·가스전 개발을 위해선 수차례 실패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근상 한양대 교수는 “학계에선 ‘시추에서 실패는 없다’고 말한다”며 “석유와 가스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첫 시추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변 지역을 다시 탐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첫 시추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노르웨이와 이집트 등 해외 개발 사례를 고려하면 결과 분석과 시추 시도를 계속 이어 가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노르웨이는 1966년부터 1969년까지 9개 석유 회사가 4년간 북해에 무려 32개 시추공을 뚫고 탐사를 진행했지만 미국 석유회사 필립스가 33번째 탐사 시추공에서야 에코피스크 유전을 찾아냈다. 1860년대부터 유·가스전 탐사를 시작한 이집트도 19개 시추공에서 상업 생산이 가능한 자원을 찾지 못했지만, 이탈리아의 애니(Eni)가 탐사를 재개한 뒤 2015년 가스전을 찾아냈다.

2015년 남미 가이아나 광구에서 발견된 리자 유전도 30년 넘게 다수 글로벌 기업이 참여해 탐사를 진행한 끝에 발견됐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에너지 안보나 가격 협상 측면에서도 국내 석유·가스전 개발은 의미가 크다”며 “꾸준히 인내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