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일이 현실화되자 다음 타깃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까지 트럼프 정부는 관세를 추가적으로 부과할 곳으로 유럽연합(EU)과 베트남 등을 언급해 왔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관세 압박을 가했던 과테말라 등도 안심할 수 없는 곳으로 꼽힌다. 이 국가들에 진출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관세 폭탄’ 우려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추가로 관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나라로는 먼저 베트남이 꼽힌다. 베트남은 트럼프 1기 당시 미·중 무역 갈등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본 국가 중 하나다. 베트남의 대미(對美) 흑자는 2017년 383억달러(약 55조원)에서 2023년 1046억달러로 껑충 뛰었다. 이 때문에 마코 루비오 신임 국무 장관은 최근 베트남을 향해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라”고 공개 촉구했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주요 생산 거점으로 삼고 있는 곳이어서, 관세 부과를 받을 경우 타격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국가 수출의 20%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외국인직접투자(FDI) 기업이다. LG전자와 1·2차 협력사, 포스코, 두산에너빌리티, 효성, 현대차와 기아, CJ 등도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지난해 한국의 베트남 투자 금액은 70억6000만달러(약 10조2000억원)로 베트남 전체 외국인직접투자의 18.5%였다.
일각에선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에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과테말라 정부를 관세로 압박하며 이민자를 본국으로 추방한 바 있다. 과테말라엔 세아상역과 한세실업 등 의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의 생산 기지가 다수 포진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럽연합에 관세를 물리겠다고도 예고했다. 국내 기업 중엔 LG에너지솔루션이 폴란드에, 현대차가 체코에 공장을 두고 있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EU 진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유럽 지역 내로 수출해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