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항에서 네덜란드와 독일 등으로 수출되는 BYD 전기차가 선적 대기 중인 모습. /신화 연합뉴스

중국산 저가 공세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중국 제품을 대상으로 한 무역구제 조사 신청이 급증하고 있다. 중국산 제품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국내 기업이 공장 문을 닫는 등 어려움을 겪자 규제 당국에 피해를 호소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덤핑 조사 신청은 10건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을 포함한 제소가 8건이었다. 2014년(전체 10건 중 중국 8건) 이후 가장 많은 건수다. 중국 제품에 대한 반덤핑 조사 신청은 2015년부터 2023년까진 매년 2~4건에 불과했는데 작년 전년의 두배로 껑충 뛰었다. 올 들어서도 이달 HD현대로보틱스 등 국내 산업용 로봇업체 5사가 중국과 일본 업체를 대상으로 반덤핑 제소에 나서는 등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도 칼을 빼드는 분위기다. 반덤핑 조사를 담당하는 무역위는 국내 철강 기업 DKC가 지난해 6월 신청한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대해 최근 예비조사를 마치고 기획재정부에 잠정 덤핑방지 관세 21.62% 부과를 건의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지난해 5월 신청한 ‘중국‧대만산 석유수지’에 대해서도 잠정 덤핑방지 관세 4.45~18.52% 부과를 기재부에 요청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중국을 향한 무역 장벽을 높이고 있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작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각국 무역 조사 건수는 총 169건으로 재작년(79건)의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조사를 시작한 나라도 재작년 18국에서 작년 28국으로 증가했다.

최근 수입 규제를 확대하는 대표적인 지역은 유럽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유럽연합(EU)의 신규 수입 규제(반덤핑·상계관세) 조사 개시 건수는 총 18건으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 가운데 15건이 중국 대상이었다. 품목으론 철강과 화학 제품이 특히 많았다.

앞서 EU는 작년 10월 말 1년 간 조사 끝에 ‘중국 당국의 불공정한 보조금을 받은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35.3%의 상계관세 부과를 확정하기도 했다. 이례적으로 업계가 제소하지 않았는데도 집행위가 직권으로 조사에 나서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한 사례다.

한국무역협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대로 중국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산의 EU 시장 유입이 늘어나 수입규제 조치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