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의 20%가량을 맡고 있는 핵심 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지형도’가 눈에 띄게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홍콩 포함) 비율이 크게 줄고 미국과 대만, 베트남 수출 비율은 확대되고 있다. 미·중 갈등과 세계 IT 제조 기업의 탈(脫)중국 흐름, 미국의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수요 증가 등이 영향을 줬다.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나서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우리의 중국 수출 비율이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반도체 수출(1274억달러) 가운데 중국 비율은 33.3%, 홍콩 비율은 18.4%로 나타났다. 둘을 합해 51.7%로, 지난 2020년(61.1%)과 비교하면 4년 만에 9%포인트 이상 줄었다. 업계에서는 홍콩으로 수출하는 반도체의 80~90%가 중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본다.

반면 미국과 미국의 ‘반도체 동맹’인 대만을 합한 수출 비율은 같은 기간 13.9%에서 21.7%로 8%포인트가량 올랐다. 미국 수출 비율(7.2%)은 큰 변화가 없었지만, 대만 수출 비율은 2020년 6.4%에서 지난해 14.5%로 급상승했다. SK하이닉스가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물량이 중간 제조 기지인 대만 수출로 잡힌 영향이 크다. 대만 TSMC는 한국 HBM을 그래픽처리장치(GPU)와 함께 패키징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제품을 제작한다.

삼성전자 공장 이전 등의 영향으로 베트남 수출 비율도 2020년 11.6%에서 작년 12.9%로 증가했다. 지난 2019년 삼성전자는 한때 스마트폰 물량의 17%가량을 담당하던 중국 후이저우 공장을 폐쇄하고, 대신 베트남 생산 거점을 확대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중국 규제가 첨단 반도체에서 레거시(범용) 반도체로 확산하면서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물량이 앞으로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중국이 반도체 자립에 나서고 있는 데다가 세계 IT 기업이 동남아와 인도로 생산 기지를 옮기고 있어 앞으로 중국 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