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러시아에 파병의 대가로 미국 본토를 타격할 핵무기 기술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에 나서고 트럼프가 멋대로 결정하면, 한국과 일본은 곤란해질 수 있다.”
10일 일본 도쿄의 입헌민주당 당사에서 본지와 만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67) 전 일본 총리는 “일·미·한 안보 협력이 예전보다 더욱 중요한 시점인데 한국의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2011~2012년 총리를 지낸 노다는 지난 9월 입헌민주당 대표로 취임한 중량급 정치인이다. 그에게 한일 양국의 협력 방향 등에 대해 물었다.
-한국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일·한 관계는 지극히 중요하다. 총리 시절, 첫 방문지로 서울을 택했던 이유다. 44년 전 전두환 정권의 계엄도 굉장히 충격이었는데, 이번 계엄은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역시 한국의 민주화는 틀림없이 진전했다. 법치 아래, 국회의원들이 계엄령을 해제했고 그 전에 시민들이 일어섰다.”
-한국 정치 혼란에 왜 일본이 위기감을 느끼나.
“북한은 헌법을 개정해 한국을 적대국으로 정했고, 우크라이나에도 파병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정국이 계속 불안정한 건 대단히 위험하다. 분열된 상황을 기회라고 생각하는 이상한 세력이 나오지 않도록 빨리 안정되길 바란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어떻게 보나.
“다들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원자력 잠수함 건조 기술 등을 확보하면, 미국이 북한과 직접 군축 협상에 나서면서 한·일 모두 협상에서 배제될 수 있다. 양국은 ‘미국의 핵우산’ 약화를 각오해야 한다.”
-야당 대표인데 안보는 자민당 정권과 같은 입장이다.
“외교와 안보는 현실이다. 무조건 대립만 해선 국민이 불안해한다. 국익을 위해 여당과 협력하는 게 당연하다.”
-‘한국을 싫어하는 정치인’이란 세평(世評)도 있다.
“오해다. 총리 시절 해외 첫 방문지가 한국이었고,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한국과 친하게 지내고 싶었다. 당시 ‘(한국) 역대 대통령은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일(對日) 역사 카드를 꺼내곤 한다’고 했더니, 이 대통령이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해 의기투합했다.”
-이 전 대통령과 왜 얼굴 붉혔나.
“2개월 뒤 교토에서 다시 만났을 때 이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를 언급했다. 회담의 ‘5분의 4′가 전부 그 얘기가 됐다. 달라진 태도에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치워달라’고 대응했는데, (이 대통령이) 발끈했다. 신경질적인 상황이었다. 회담 직후 북한 김정은의 3대 세습이 알려졌고, 이 대통령이 전화로 ‘앞으로 긴밀히 연락을 취하자’고 해, ‘그러자’고 했다. 다음 해 이 대통령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에 갔다. 한국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유감스러운 상황이 계속됐을 뿐이다.”
-반일·혐한 감정이 있는 한·일이 좋은 관계가 가능한가.
“양국 정치인들이 반일·혐한 감정을 활용하는 사례가 있지만, 일·한 국민은 서로 싫어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깊은 뿌리에선 친밀감을 느끼고 서로의 문화를 이해한다. 특히 북한·중국·러시아의 최근 동향을 고려할 때, 일·한이 긴밀하게 연계 플레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세계 무대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때 양국이 ‘태그 매치(tag match·프로레슬링에서 둘씩 팀을 짜는 것)’를 하는 것이 유리하다. 내가 재무대신 시절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맺은 것도 그런 의미다.”
-좋아하는 한국 문화가 있나.
“‘쉬리’ ‘기생충’의 배우 송강호를 좋아한다. 존재감 있는 배우다. 요리사 역할을 하는 영화(‘푸른소금’)도 무척 좋았다. 직접 만난 적은 없고, 한 명의 팬으로서 좋아하고 그의 영화를 본다. 한강의 소설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 야키니쿠(고기 구이)를 좋아해 한 달에 두세 번은 간다. 김치도 맛있다.”
-곧 출범하는 트럼프 2기 시대는 한·일 모두에 ‘리스크’일까.
“미국이 대단히 보호주의적으로 가지 않을까. 지금은 캐나다·멕시코·중국을 타깃으로 하지만, 한국·일본도 대상이 될 수 있다. (트럼프는)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지원도 갑자기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침략국을 이롭게 할 뿐만 아니라 동맹 관계에 금이 갈 것이다. (한·일은) 동맹국이긴 하지만, 할 말은 제대로 해야 하지 않을까. 주한 미군과 주일 미군의 주둔에 또 돈을 요구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연계해 어떻게 논리를 무장하고 협상하느냐가 중요하다.”
-다시 한번 총리에 도전하나.
“내년 여름에 참의원(상원) 선거가 있다. 그때 중의원(하원) 선거도 함께 할 가능성이 있다. 선거에 승리해 정권 교체의 디딤돌을 만들고 싶다. (3단뛰기) ‘홉·스텝·점프’로 비유하면, 올해 중의원 약진으로 홉을 했고, 내년은 스텝의 해다. 어쩌면 동시에 점프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정권을 잡는다는 건, 총리를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