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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던 시절에 만든 수수료율이 아직도 그대로입니다. 이대로 간다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국내 면세점 업계가 2017년 이후 그대로인 특허수수료율을 놓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면세점 업계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던 시절에 특허수수료율 제도를 적용해왔는데, 면세점 업계가 고사(枯死) 위기에 놓인 지금에도 여전히 같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2019년 24조8586억원에 달했던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가 본격화한 2020년부터 10조원대 중반으로 곤두박질쳤고, 작년에는 코로나 시기보다 매출이 더 쪼그라들었다. 올해 출입국 인원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매출액은 2019년의 절반 수준 정도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올해 인력 구조조정, 매장 축소 등 비용 절감을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면서 “정부가 나서서 특허수수료를 감면해주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백형선

◇면세점 “수수료 감면 안 하면 다 죽는다”

면세점 특허수수료는 당초 면세점 이익의 사회 환원을 위해 도입됐다. 2013년 이전에는 면세점 매장의 연면적을 기준으로 특허수수료를 산정했다. 이후 면세점에 특혜를 준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2013년 관세법 시행규칙이 개정됐고 이때부터 매출액의 0.05%를 부과하게 됐다. 2017년에는 연 매출 1조원이 넘는 업체에는 매출의 1%, 연 매출 2000억~1조원인 곳에는 매출의 0.5%를 특허수수료로 부과하도록 바뀌었다. 2018년 면세점 운영 기업들이 낸 특허수수료는 1030억원이었다.

면세점 업계의 매출액은 2010~2019년 연평균 21% 성장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특허수수료율을 내고도 성장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2019년 24조8586억원에 달했던 면세점 매출은 작년 13조7586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올해 출입국객 수는 2019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면세점 매출액은 2019년의 59% 정도에 불과하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면세점 시장은 출입국객 수 증가에 따라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그 공식마저 깨졌다”고 했다.

면세점 업계가 특허수수료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행 특허수수료 제도가 면세점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던 시절에 만들어진 만큼, 이젠 현실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매출에 따라 수수료를 내는 정률제를 적용하는 경우는 한국 외에 그리 많지 않기도 하다.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호주, 싱가포르 등은 연간 수수료를 내는 정액제를 택하고 있다. 일본은 면세점 면적에 따라 월 130만~1000만원의 특허수수료를 낸다.

◇면세점은 희망퇴직, 면적 축소 중

면세점 업계는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희망퇴직과 함께 모든 임원의 급여를 20% 삭감했다. 신세계면세점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롯데·신세계 등은 면세점 면적 축소를 결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3분기부터 5분기 연속으로 부진이 이어지면서 성장 동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라며 “올해 주요 면세점 5사의 영업손실이 2000억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3만5055명에 달했던 면세점 업계 종사자는 1만7000여 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래도 앞날은 불투명하다. 국내 면세점 시장의 성장을 견인했던 중국 단체 관광객은 돌아올 기미가 없다. 2021년 중국 보따리상 덕에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2555만원에 달했지만, 중국인 보따리상이 급격히 감소하며 올해 외국인 1인당 평균 구매 금액은 115만원까지 떨어졌다. 코로나 이전까지 방한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쇼핑 장소는 면세점이었지만 최근엔 다이소, 올리브영 등 로드숍이 이를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다. 작년 방한 외래 관광객의 카드 지출액 중 쇼핑 액수는 2019년과 비교해 86% 늘었지만, 면세점에서 쓴 돈은 21% 줄었다.

정부는 면세점 업계의 실적과 코로나 상황을 감안해 작년까지 면세점 특허수수료를 50% 감면한 바 있지만 올해는 특허수수료 감면 지원이 종료된 상태다. 면세점 운영 기업들은 내년 4월쯤엔 올해 매출에 대한 특허수수료를 약 400억원 납부해야 한다. 면세점협회 관계자는 “면세점 업계가 생존할 수 있도록 특허수수료를 감면해주거나 특허수수료율을 낮춰주는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