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주가가 5일 19.69% 폭등해 1주당 200만원으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에서 종가 기준 주당 200만원 주식이 나온 건 2017년 3월 액면 분할 전 삼성전자 이후 7년 만에 처음이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경영권 분쟁 직전(9월 12일) 55만원대 주가의 4배 수준으로, 시가총액은 37위(11조3443억원)에서 단숨에 6위(41조4066억원)까지 올랐다. 5위 현대차(42조8256억원)와는 약 1조4000억원 차이다. 경영권 분쟁이 판가름 날 오는 1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윤범 회장 측과 MBK·영풍 모두 장내 매수를 통해 막판 지분 확보에 나섰고, 이 경쟁에서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기성 자본까지 몰린 영향으로 풀이됐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달 26일부터 8거래일 연속으로 올라 이 기간 상승률 121%를 기록했다. 재계와 자본시장에선 “장내 매수 경쟁은 예상했지만, 그 정도가 과도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우호 지분을 포함해 MBK 측 약 39%, 최 회장 측 약 34%로 과반을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양측이 국민연금 등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서는 동시에 지분을 단 몇 주라도 더 확보하려는 장내 매수 경쟁이 과열돼 벌어지는 현상이다.
최 회장 측 백기사인 사모 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탈이 지난달 25일부터 장내에서 적극적인 매수에 나선 것이 최근 주가 폭등의 주원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인 측의 매수는 91만원대에 시작해 165만원대까지 이어졌다. 재계 관계자는 “베인 측 매수가 지분 경쟁 과열을 더욱 부추겨 주가 상승이 계속될 것이란 신호로 읽혔을 것”이라고 했다.
주가 오름세가 주총에서 표(의결권)를 행사할 수 있는 주주를 확정하는 주주 명부 폐쇄일인 오는 20일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양측 모두 조(兆) 단위 자금을 조달해 공개 매수를 진행하고 꾸준히 장내 매수를 이어와 유통 주식이 전체 물량의 8% 안팎으로 급감해 이른바 ‘품절주(유통 물량이 현저히 적은 주식 종목)’가 돼 상대적으로 적은 거래량에도 주가가 크게 오를 수 있다.
저평가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지만 3개월 새 주가가 약 260% 오르면서 지속성이 약해져 주주 피해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후 주가가 어느 정도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