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은 항공기 기체·엔진·부품을 정비하는 MRO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다. 동시에 최신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MRO’로 효율적이고 빈틈없는 항공기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기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를 분석해 부품·시스템 결함을 미리 잡아내는 한편, 무인 드론 4대를 동시에 공중에 띄워 항공기 동체 외관을 점검하는 독보적인 플랫폼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실제 결함이 발생하기에 앞서 문제를 미리 파악함으로써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을 예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며 “대한항공이 자체 개발한 특수 목적 드론과 운용 시스템을 수년 내 상용화해 동체 외관 정비의 안전성과 효율성도 높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 ‘예지정비’ 수행으로 정비 효율 높여
대한항공은 항공기에서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최근 예지정비(Predictive Maintenance)를 시작했다. 미국 델타항공, 일본 전일본공수(ANA) 등 대형 글로벌 항공사들 위주로 예지정비를 수행하고 있는데,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예지정비란 항공기 부품이나 시스템에 결함이 생길 시점을 예측하고 실제로 고장이 발생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정비다. 항공기가 모은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항공기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해 결함 전조 증상을 파악한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명이 줄어드는 부품 및 시스템이 예지정비의 대상이다. 예지정비는 수명이 남은 부품을 일정 주기에 맞춰 미리 교체하는 예방정비나, 이미 결함이 발생한 뒤 정비하는 사후정비보다 효율적이다. 정비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항공기 결함으로 인한 지연·결항 횟수를 줄이고 높은 정시 운항률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
예지정비는 크게 4가지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항공기가 운항하며 데이터를 모은다. 이후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해 지식기반 데이터 프로세싱 과정을 진행하는데, 이는 불필요한 데이터를 거르고 사용하기 쉽게 가공하는 전처리 과정을 뜻한다. 전처리 과정을 마친 데이터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1차 분석한다. 이후 예지정비를 할 수 있는 예지정비팀에서 해당 데이터를 정리·분석해 현장 정비사들과 함께 항공기 정비를 수행한다.
대한항공은 2022년 12월 예지정비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했다. 2023년 1월 예지정비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도입을 위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대한항공 예지정비 TF는 빅데이터를 다룰 수 있는 자체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IT 환경을 구축하는 데 힘을 쏟았다. 시스템 구축에만 1년 이상이 걸렸다. 현재 자체 예지정비 솔루션과 해외 항공기 제작사에서 만든 디지털 솔루션을 고루 활용해 예지정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TF 활동으로 예지정비 도입 가능성을 확인한 뒤 작년 8월 예지정비팀을 정식 출범했다. 예지정비팀 관계자는 “항공기 결함을 줄이고 운용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팀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예지정비를 수행한 이후 항공기 지연 운항과 결항 횟수를 실제로 줄여나가며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예지정비로 항공기 지연 운항을 54건 예방했다. 항공기 부품·시스템 결함으로 인한 결항은 1건, 회항은 4건 예방했다.
항공기 동체 외관 점검하는 ‘인스펙션 드론’
안전한 비행을 위해서는 항공기 내부는 물론 동체 외부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정비사가 높은 곳에 올라가 진행해온 이 작업은 향후 수년 내에는 무인 드론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는 2021년 국토교통부의 ‘인스펙션 드론’ 개발 사업 일환으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현재 이를 운용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과 제도 마련에 힘쓰고 있다. 대한항공 인스펙션 드론은 가로·세로 각 1m, 높이 약 40㎝ 크기이고 무게는 5.5㎏다. 드론마다 광학 3배줌 4K 고성능 카메라를 1대씩 장착했다. 인스펙션 드론은 20분 동안 지속해서 검사를 수행할 수 있다.
인스펙션 드론의 핵심은 무인 드론 4대가 동시에 날며 항공기 외관을 점검하는 독보적인 기술을 적용했다는 점이다. 국방 분야에만 쓰이던 드론 자율군집 기술을 세계 최초로 항공기 외관 점검에 접목했다. 해외에서도 드론을 띄워 항공기 동체 외관을 점검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이는 조종사가 수동으로 드론을 조종하거나 드론을 한 대만 띄워 검사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한항공은 자체 개발한 시스템으로 인스펙션 드론 4대가 동시에 자율비행을 하며 항공기 외관을 점검할 수 있게 만들었다.
대한항공이 개발한 인스펙션 드론으로 동체 외관 점검을 수행하면 소요 시간을 60%가량 단축할 수 있다. 에어버스 대형기 A380을 기준으로 작업자 2명이 10시간에 걸쳐 수행해야 했지만, 인스펙션 드론을 활용하면 4시간 만에 검사와 분석까지 완료할 수 있다. 검사 정밀도도 1㎜ 수준으로 향상시켰다. 사람이 맨눈으로 봤을 때 탐지할 수 있는 최소 결함 크기는 1.3㎜로 알려져 있는데, 인스펙션 드론에 달린 초고화질 카메라를 이용해 이보다 더 미세한 결함까지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인스펙션 드론이 정비 현장에 본격적으로 적용되면 항공기 동체 외관 점검에 뒤따르는 인적 사고 가능성을 대폭 낮출 것으로 기대된다. 인스펙션 드론이 개발되기 전에는 정비사들이 격납고 천장에 연결된 테리플랫폼과 하이리프트카 등 장비에 올라가 육안으로 직접 항공기 외관의 결함을 확인해야만 했다. 무인 드론을 활용하면 정비사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작업 안정성을 개선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인스펙션 드론을 개발하며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AI가 자동으로 결함을 분석해주는 인공지능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대한항공 항공기를 실제로 정비하며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 결함 탐지 모델 학습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의 ‘AI 진단 기반 항공기 로봇 검사시스템 개발’ 과제를 수행하며 다양한 참여 기관·업체와 협력 중이다. 국토부 등 관계 부처 및 기관과 협력해 정비 매뉴얼과 각종 제도를 개선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대한항공은 관련 기술 보완과 제도 정비를 마치는 오는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스펙션 드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과거 노동집약적인 항공 MRO에서 탈피한 MRO 디지털화를 선도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인스펙션 드론이 상용화되면 정비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더욱 신속·정확하게 내려 안전 운항을 담보하는 한편, 지상 정비 시간을 단축해 항공기 운용 시간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