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시스, 김지호기자, 연합뉴스 /그래픽=백형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승부처인 영풍정밀 주가가 10일 오전 10% 급락하며 3만원대로 내려 앉았다. 고려아연은 오전 10시40분 현재 전거래일과 비슷한 77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MBK파트너스가 공개 매수 가격을 더 이상 올리지 않겠다고 밝힌 이후 약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금융감독원의 경고 이후 경영권 분쟁 양측과 시장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다.

고려아연 지분의 1.85%를 보유해 ‘핵심 승부처’로 꼽히는 영풍정밀의 현재 주가는 양측 공개매수가인 3만원에 맞춰 하락한 것이다. MBK와 영풍 연합은 지난달 주당 2만원에 공개 매수를 시작했다가 2만5000원으로 올렸고, 고려아연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 측이 3만원을 제시하자 지난 4일 3만원으로 ‘맞불’을 놓은 상태다. 고려아연 공개매수가는 양측 모두 83만원이다. MBK는 9일 입장문에서 “고려아연의 주당 83만원, 영풍정밀 주당 3만원의 공개매수 가격은 각 회사의 현재 적정가치 대비 충분히 높은 가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선 양측이 여전히 치열한 수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본다. MBK가 일단 금융당국의 지적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고려아연 측 역시 매수가를 인상하지 못하게 부담을 준 전략이란 것이다. 만약 양 측 모두 추가 가격 인상없이 승부를 이어가면, 공개 매수가 14일에 끝나는 MBK 측이 고려아연(23일 종료)보다 더 유리하다는 평가다. 또 계속되는 ‘치킨게임’으로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인수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MBK 측이 향후 투자금 회수에 부담이 될 것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시장의 관심은 양측의 막판 타협 가능성과 고려아연 측의 공개 매수가 추가 인상에 쏠려있다. 고려아연은 9일 “법원이 허용하여 진행 중인 자기주식 공개매수 및 소각을 완료해 자사주 취득을 통한 주주환원과 주주가치 제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시장에선 고려아연 측이 MBK측보다 조금이라도 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올려 MBK의 공개 매수를 저지하고 과반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법원 결정도 변수다. 현재 MBK 측이 신청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에서, 법원이 MBK 측 손을 들어줄 경우 14일 MBK 측 공개 매수가 실패로 끝이 나더라도 고려아연 측의 자사주 매입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 MBK가 ‘2차 공개 매수’를 시작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 법원 결정은 21일 전후로 나올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