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 8억5000만달러(약 1조1400억원), 중국 CATL 8억1000만달러(약 1조900억원), 한국 0원’. 지난해 각국 정부가 이차전지를 만드는 자국 대표 기업에 지원한 보조금 규모다.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일본 JDI는 25억달러, 중국 BOE는 4억20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았지만, 한국 정부 보조금은 전무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7일 ‘주요국 첨단산업 지원 정책 비교 및 시사점’ 자료를 통해 미·중·일 등 경쟁국은 경제 안보와 첨단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해 반도체뿐만 아니라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에 수십조 원 규모의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보조금이 전무해 산업 경쟁력 약화가 크게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중·일 등 주요국은 첨단 전략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해 정부 예산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며 자국 중심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들과 경쟁하는 국내 핵심 기업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세계 시장 합산 점유율은 2021년 30.2%에서 지난해 23.1%로 하락했고, 올해는 8월 말 누적 기준 21.1%로 더 떨어졌다. 한국이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LCD(액정표시장치)는 중국의 대규모 보조금 투입 이후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고, 차세대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마저 보조금 공세에 나선 중국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역시 중국·일본의 거센 추격에 쫓기고 있다.

현재 한국 정부는 재정 건전성 등을 이유로 보조금 대신 세제 혜택 범위를 확대하고, 우대 금리 등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한경협은 “정부의 재정 건전성 유지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선점 효과와 승자 독식 양상을 보이는 첨단산업에선 가격 경쟁력, 기술력 확보에 보조금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시행 중인 ‘직접 환급제도’도 제안했다. 기업이 납부할 세금보다 공제액이 더 크거나 납부할 세금 자체가 없는 경우, 그 차액 또는 공제액 전체를 현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