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대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의 핵심 회사로 꼽히는 영풍그룹 계열사 영풍정밀 주가가 7일 8.95% 급등했다. 이 회사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경영권을 쥐고 있지만, 이 회사가 고려아연 지분 1.85%를 갖고 있어 영풍정밀을 확보해야 전체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고려아연 지분 1.85%를 공개 매수를 통해 확보하려면 약 3170억원이 들지만, 영풍정밀 과반 확보에는 1900억~2000억원이면 충분하다. 이른바 ‘영풍정밀’ 쟁탈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 회장과 MBK 측 모두 이날 겉으로는 소강상태였지만, 물밑에선 치열한 수싸움을 이어갔다.
경영권 분쟁 장기화에 따라 영풍정밀 주가는 계속 오름세다. 지난달 13일 MBK의 경영권 공격 시작 이후 주가는 20여 일 만에 9370원에서 3만4700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펌프, 밸브를 제조하는 연 매출 1300억원대 회사의 경영 상황에는 변화가 없다. 다만, 경영권 분쟁으로 MBK가 주당 2만원에 공개 매수를 시작했다가 2만5000원으로 올리고, 최 회장 측이 3만원으로, MBK가 지난 4일 3만원으로 맞불을 놓은 영향이다.
이 때문에 최 회장 측이 영풍정밀 공개 매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영풍정밀 공개 매수 가격 인상에 대해 논의했지만 그 결과는 발표하지 않았다. 최근 과열된 주가 흐름에 대한 부담을 의식했고, 또 MBK 측에 전략을 숨기고 최대한 늦게 반격 ‘카드’를 제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고려아연, 데드라인까지 ‘반격 카드’ 숨길 듯
이날 발표하진 않았지만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 측이 늦어도 오는 11일(금요일) 영풍정밀 공개 매수 가격을 3만원 이상으로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MBK 측이 오는 14일(월요일)까지 주당 고려아연 83만원, 영풍정밀 3만원에 공개 매수를 진행하는 가운데, 11일에는 가격 상향을 발표해야 주주들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11일까지 발표해야 현재 고려아연 측 공개 매수 종료일(오는 23일)이 뒤로 미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 공개 매수가(주당 83만원)도 높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양측 공개 매수 가격이 같은 상황에서 세금 등을 감안하면 최 회장 측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오히려 공개 매수가 먼저 끝나는 MBK 측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사실상 배수진을 친 최 회장 측은 가격 추가 인상 가능성이 크지만, 결국 차입금 증가 등 재무 부담이 문제”라고 했다.
◇MBK, 변호인 강화해 가처분 2차전 준비
MBK 측도 영풍정밀 확보는 물러날 수 없다는 입장으로 알려져, 추가 공개 매수 가격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 MBK 입장에선 현재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 영풍정밀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뺏어올 경우, 사실상 그 2배인 3.7% 지분 확보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또, MBK는 경영권 분쟁 주요 변수 중 하나인 법원 가처분 소송에 대법관 후보에 수차례 오르고 ‘대법원장 0순위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던 홍승면 변호사(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앞서 MBK 측이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금지해달라며 제기한 가처분 1차전에서 패소하자, 쟁점이 비슷한 ‘공개 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에선 반전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달 18일 예정된 가처분 재판 결과에 따라 최 회장 측의 공개 매수 절차가 중지된다면 사실상 경영권 분쟁 승리가 확정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는 최 회장, 김병주 MBK 대표, 장형진 영풍 고문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었지만, 이사회 참석, 출장 등을 이유로 모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