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환경에 대한 도전과 극복의 과정이었다. 석기·청동기·철기시대로 이어지며 자원을 활용한 생존과 문명의 발전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소재에 대한 지식과 기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현대사회는 반도체·세라믹·합금·복합 재료 등 첨단 소재 기술이 발전해 컴퓨터·무선 인터넷·우주항공산업 등 고도화된 산업 전반을 이끌고 있다. 전문가들은 21세기를 우주 탐사와 항공 기술이 주도할 것으로 예측한다. 세계적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2040년까지 우주산업 규모가 1조달러(약 134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기술 개발, 인프라 구축, 자원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경제적 기회가 창출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2022년 개발해 운용 중인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위쪽). 우주로 가는 로켓은 초고온·극저온·방사선뿐 아니라 극심한 압력과 마찰을 견딜 수 있는 ‘극한 소재’가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지구 대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높은 온도와 압력에 노출되기 때문에 초내열성과 초내구성도 필수다. 아래쪽 사진은 한국재료연구원이 ‘극한 소재’인 항공우주용 초내열 합금을 테스트하는 모습. /조선일보 DB, 한국재료연구원 제공

우주항공산업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는 ‘극한 소재’다. 극한 소재는 초고온, 극저온, 방사선, 극심한 압력과 마찰 등 극한 환경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 특수 소재를 말한다. 이러한 소재가 없다면 우주선이 지구 대기를 벗어나거나 극한 환경에서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우주 발사체는 대기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매우 높은 온도와 압력에 노출되는데, 초내열성과 초내구성이 없다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특히 로켓 엔진은 연소 과정에서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므로 이를 견디는 초내열 합금이 필수적이다. 대기권을 벗어나면 우주는 극저온 상태에 이르므로, 우주선과 우주복 등 여러 기기에는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탄소섬유 복합 재료 등이 사용된다. 또한, 우주에서는 대류나 전도가 거의 없어 열을 방출하기 위한 고성능 방열판이 필요한데, 높은 열전도율과 내구성 덕분에 우주선 방열 시스템의 필수 소재로 초내열 세라믹 소재가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스페이스X와 블루 오리진과 같은 민간 우주 기업은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 기술을 개발하는데, 발사체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마찰열과 기계적 스트레스를 여러 차례 견딜 수 있어야 하는 만큼 더 강하고 내구성 있는 소재가 필요하다. 특히 화성 탐사와 달 기지 건설과 같은 장기 임무에서는 화성의 얇은 대기와 거친 환경을 고려한 극한 소재가 필수적이다. 자주적인 우주산업 육성을 위해선 소수의 국가와 기업이 독점한 극한 소재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물론, 실제 환경에서 성능을 실증하는 과정도 어렵다. 미국·중국·일본·독일 등 소재 기술 선진국은 수십 년간 장기적인 정책 지원 아래 소재 원천기술에 집중 투자를 해왔다.

우리도 뒤처지지 않으려면 장기적인 투자와 인력 육성을 통해 기술 확보를 서둘러야 한다. 우리 정부는 우주항공산업에 주목해 지난 5월 우주항공청을 개청한 데 이어, 적극적인 정책과 투자로 국내 우주항공산업의 기반을 다져나가고 있다. 한국재료연구원도 극한재료연구소를 신설해 관련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창원시 진해구에 첨단소재 실증연구단지를 조성 중으로, 올해 1단계 사업인 금속 소재 실증연구 기반조성사업이 준공될 예정이다. 2단계 사업인 극한 소재 실증연구 기반조성사업은 지난해 시작 후 현재 연구시설(건물·장비)을 구축하고 있다. 2028년 2단계 사업이 준공되면, 국내 연구기관·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을 통해 우주항공산업 진출을 도모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최절진 한국재료연구원장

극한 소재는 우주항공산업의 기반이자 미래이다. 극한 환경에서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소재는 앞으로도 우주 탐사, 상업적 우주항공, 그리고 장기 우주 거주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 경제와 기술의 새로운 발전을 이끌게 될 수 있는 만큼 그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