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주최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소송 2심 판결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내놨다. 노 관장 측에 약 1조원 현금 재산 분할을 결정한 2심 선고 당일(지난달 30일) 변호인단을 통해 입장을 낸 적은 있지만, 최 회장이 직접 의견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 회장은 이날 “개인적인 일로 SK 구성원과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SK와 국가 경제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이 없도록 묵묵하게 소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수펙스추구협의회 임시 회의 이후 보도 자료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룹 최고 의사 결정 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회의는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의장을 맡아 주재하는데, 이날 이례적으로 최 회장이 참석해 의견을 표명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20여 명도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 자신이 참석한 이유에 대해 “이번 판결로 지난 71년간 쌓아온 SK그룹 가치와 그 가치를 만들어 온 구성원들의 명예와 자부심에 큰 상처를 입어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 회장은 이번 2심 결과가 자신의 개인 문제를 넘어 SK그룹 경영권이나 SK그룹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후 사내 포털망에도 ‘구성원에게 전하는 편지’를 올려 “개인사에서 빚어진 일로 의도치 않게 걱정을 안겨 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의 파장으로 많이 힘드실 줄 알지만, 저와 경영진을 믿고 흔들림 없이 업무와 일상에 전념해 주시길 부탁한다. 저부터 맨 앞에 서서 솔선수범하겠다”고 했다. 이후 최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 환영 리셉션’에 대한상의 회장으로 참석했다.

최 회장은 이날 ‘사과’와 함께 2심 판결을 반박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지만, SK가 성장해 온 역사를 부정한 이번 판결에는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SK와 구성원 모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진실을 바로잡겠다”고 했다. 2심 재판부의 ‘노태우 전 대통령 측 비자금이 SK로 유입돼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판단을 대법원에서 재차 다투겠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특히 SK 측은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가 ‘선경(현 SK) 300억’이라고 쓴 ‘쪽지 메모’의 효력에 대해서 재차 다툴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 측이 2심에서 제출한 김 여사 메모에는 ‘선경 300억’이 적혀 있는데, 2심 재판부는 김 여사가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제공된 곳을 기재한 것으로 보고 ‘SK그룹에 비자금이 흘러들어 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SK 측은 구체적 물증 없이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만으로 비자금 유입을 단정 지은 것이라면서 앞으로 대법원에서 이를 쟁점으로 다툴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도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됐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는데, 검찰 수사 결과보다 ‘쪽지 메모’를 우선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