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6일 일본 도쿄 동쪽 지바의 고속도로변 주차장에서 트럭 운전사 한 남성이 업무 중 휴식을 취하며 10톤 트럭을 청소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로이터 뉴스1

“2030년이면 일본 전역 화물의 35%가 멈춰 서게 될 것이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지난 4월부터 일본은 트럭 운전기사의 연간 잔업 시간을 960시간 이내로 제한했다. 일종의 일본판 ‘주52시간제’ 도입이었다. 그러자 안 그래도 저출생·고령화에 따라 일할 사람은 부족한데 일하는 시간도 줄어들면서 곳곳에서 물류 대란 우려가 쏟아졌다. 26조엔(약 226조원) 규모의 일본 물류 시장에서 트럭 운반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60%에 달하는데, 인력난이 닥친 주요 물류 업체들은 이미 새벽 배송, 당일 배송은 포기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에 따른 숙련 인력 부족 등 구인난은 한국보다 베이비붐 세대가 빠른 여러 선진국이 먼저 겪었지만,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과제다. 미국, 유럽 등 국가들은 한국이 대안으로 검토하는 정년 연장, 이민 노동자 유치 확대도 이미 시행했다. 그럼에도 베이비붐 세대 이후 계속 이어진 저출생으로 인구가 줄면서 역피라미드 구조에 따른 인력난 문제는 심각하다.

◇돈·기술력 있어도 일할 사람이 없다

미국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자본과 기술력을 갖추고도 인력난이 발목을 잡기도 한다. 미국 해군은 배를 만들 사람과 조선소가 부족해 군함 제작과 수리가 차일피일 지연되고 있다. 2021년 10월 좌초 사고로 파손된 핵추진 공격 잠수함 코네티컷함은 여전히 수리 중이다. 20개월을 기다리다 겨우 수리가 시작됐는데 이후 약 31개월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7월 미국 CNN은 미국 의회조사국(CRS)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현지 조선소가 인력 부족과 공급망 문제를 겪어 미 고속 공격 잠수함의 약 40%가 수리 중이거나 유지·보수를 기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노동력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 독일의 생산가능인구(20~66세)는 2017년 65.3%에서 2022년 63.8%로 1.5%포인트 줄었다. 독일 제조업이 강점을 지닌 정밀가공 분야 등 산업에서 문제가 더 크다. 독일 한 공기정화 장비 제조업체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장기 근속 직원들이 정년 이후에도 일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있다”며 “인력 부족으로 납기를 맞추지 못해 지연에 따른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했다. 간호 인력 부족도 특히 심각해 요양원의 경우 전체의 약 15%가 올해 폐업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베이비부머 은퇴 먼저 겪은 선진국…시니어·이민자 인력 확보에 사활

한국보다 베이비붐 세대가 빠른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은 일찌감치 정년 연장 등 ‘일하는 인구’를 늘려왔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마련하지 못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가 코로나 팬데믹과 맞물린 2020년 이후 인력난은 더 심각해졌다. 영국 인구학자 폴 월리스가 1999년 인구 감소와 고령 사회의 미래를 예견하며 든 비유 ‘인구지진(Age-quake)’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생산 인구 감소로 사회 근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을 뜻한다. 캐나다 임페리얼 상업은행(CIBC)은 지난해 건설 분야에서 부족한 인력만 8만명으로 조사돼, 사상 최악의 구인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건설 차질로 업계는 작년 약 96억 달러(13조1000억원)가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라 ‘시니어 인력 붙잡기’와 ‘이민자 유치’도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기업 스즈키는 지난 4월 인사 제도를 개편해 정년퇴직 후 재고용한 60세 이상 직원 처우를 바꿨다. 기존 제도에서 정년퇴직 후 재고용된 직원은 급여가 최대 절반까지 줄었는데, ‘동일 업무’를 조건으로 기본급을 현역 때 받던 100% 수준까지 올렸다. 베어링업체 일본정공, 납축전지 기업 GS유아사도 최근 재고용 직원 기본급을 월 8000~1만4000엔(약12만원) 올렸다. 미국, 유럽연합(EU)뿐 아니라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는 이민 규정을 완화하며 외국인 숙련 노동자 유치를 확대하고 있다.

☞1, 2차 베이비부머

특정 기간 인구가 급증한 때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부머라 하는데,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는 6·25 전쟁이 끝난 뒤 출산이 급증한 세대다. 이후 1964~1974년 산업화가 급속 진행되면서 연 출생아 수가 90만~100만명을 유지했는데, 이 세대를 2차 베이비부머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