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중국은 우리나라 15대 수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8품목에서 1위 수출국이었다. 5년이 지난 올해는 3품목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미국이 우리나라 1위 수출국인 품목은 5개에서 8개로 늘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중국의 비율이 19년 만에 20% 아래로 떨어진 데 이어 올해는 주요 수출 품목에서도 중국 시장의 위상 추락이 뚜렷해지며 탈(脫)중국 현상이 심화한 것이다. 이는 중국 산업의 자급률이 높아지며 중국 시장에선 우리나라 제품의 경쟁력이 약화했지만,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칩스법 등을 내세워 제조업 유치에 나서면서 미국으로 수출 시장은 더 넓어졌기 때문이다.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우리의 생산 기지가 중국 중심에서 동남아시아 등으로 다각화된 것도 영향을 끼쳤다.

그래픽=양진경

◇올해 15대 수출품 1위국, 중국 3개 미국 8개

27일 본지가 한국무역협회 무역 통계 서비스(K-stat)를 통해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우리나라 15대 수출 품목의 품목별 1위 국가와 올해 1~4월 1위 국가를 비교한 결과, 우리의 최대 수출시장이었던 중국은 2019년 8품목에서 올해 3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5년 전 1위였던 8품목 중 2품목(반도체·석유화학)만 1위 자리를 지켰다. 반면 이차전지·컴퓨터·디스플레이·일반기계·석유제품·철강 등 6품목에서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 자리를 잃었다. 휘발유·경유 등 석유 제품은 2022년부터 호주가 우리 정유사들의 최대 수출시장으로 부상하면서 2016년부터 6년 연속 1위였던 중국은 6위로 떨어졌다. 대중 디스플레이 수출도 2019년을 끝으로 베트남에 1위를 내줬고, 중국 수출은 베트남의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신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제조 기지가 베트남에 자리 잡으면서 구형 생산 시설만 있는 중국으로 수출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차전지·컴퓨터는 미국이 1위국 자리에 올랐다. 5년 사이 중국 시장이 새롭게 1위가 된 품목은 휴대폰 등 무선통신 기기뿐이다.

반면 미국은 2019년엔 자동차·자동차 부품·무선통신 기기·가전·바이오 헬스 5품목에서 우리나라 최대 수출시장이었다. 지금은 무선통신 기기가 빠지고 일반기계·이차전지·컴퓨터·철강이 최대 수출시장이 되면서 8품목으로 늘었다. 국내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데이터 센터 등에 SSD(대용량 저장 장치) 수요가 늘어나며 수출이 급증했다.

◇중국 비율 20% 아래로… 미국에 뒤져

우리 전체 수출액에서 중국 비율이 급감하는 가운데 개별 품목에서도 중국의 위상이 축소되고 있다. 우리 수출액에서 중국의 비율은 2010년 25.1%를 기록한 이후 매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2022년 22.8%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19.7%에 그쳤다. 대중 수출 비율이 20% 아래를 밑돈 건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 올 들어선 4월까지 18.8%에 그치며 19.3%로 증가한 미국에 뒤졌다. 대미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이어 올 4월에도 대중 반도체 수출을 웃돌았다. 우리 수출에서 중국 위상이 축소되는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진단이 나온다. 조상현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철강, 석유 제품 등은 중국의 자급률이 높아지며 중국 시장 비율이 축소된 품목”이라며 “IRA, 칩스법 등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에 따른 영향에 더해 우리 수출 공급망의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박성근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우리의 생산 기지가 미국으로 이동하면서 설비·기계에 이어 부품 등의 대미 수출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