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해외 경쟁 업체보다 불리한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정부 재정을 감안해 보조금이 아닌 기금 형태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회의실에서 만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관심이 커지는 반도체 보조금을 두고 “기업들이 원하는 건 필요할 때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지 방식이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기금 형태로 반도체산업 지원
-미국, 일본, EU(유럽연합) 등 각국이 반도체 보조금을 적극적으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우리 정부는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우리 실정에 맞는 과감한 투자 인센티브를 검토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반도체만이 아니라 이차전지, 우주방산 등 다양한 산업을 한정된 예산에서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은 어렵나?
“2016년 660조원이던 국가채무가 지난 정부 때 1000조원을 넘어섰다. 재정 건전성 문제가 심각하다. 당장 인기보다는 미래 세대에 부담을 넘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보조금 외에 무슨 방법이 있나?
“세액공제는 작년처럼 반도체 기업들이 적자가 났을 때는 역할을 못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해 코로나 때 만들어서 운용한 기간산업안정화기금처럼 첨단산업발전육성기금을 조성해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금을 통해 적기에 대출하거나 지분 투자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다.”
◇중국, 우리 옆 중요 시장… 등질 이유 없어
-반도체, 이차전지 등 미래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해외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국내 산업이 공동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미국이나 EU(유럽연합), 중국이 하는 것처럼 벽을 쌓고, 요새화하는 전략은 우리에게 맞지 않다. 핵심 설비는 국내에 계속 두고, 대량 생산은 현지에서 해야 한다. 각국과 중립 관계를 활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각국과 중립적이라고 보면 되나?
“우리는 미국·네덜란드·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처럼 특정 국가 위주의 반중(反中) 산업·통상 정책에 참여한 적은 없다. 중국은 우리 옆에 있는 중요한 시장이다. 협력할 것이 많고, 등을 지고 갈 이유는 없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국면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는 장비가 잘 들어가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갈등을 빚던 일본과도 6년 만에 산업장관 회담을 재개하고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일각에선 우리도 ‘한국형 IRA(인플레이션감축법)’와 같이 무역 장벽을 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상당히 단견이다. 우리는 땅도 작고, 자본과 인구도 부족하지만, 제조업 기반이 강하다. 이걸 계속 키워나가야지, 빗장을 걸어선 안 된다.”
◇미국과 ‘팀 코러스’로 원전 수출 시장 공략
-탄소 중립, 재생에너지 확대 요구도 강하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입지 여건이 세계 꼴찌 수준이다. 제조업 기반인 나라에서 재생에너지만 들고 가자는 건 우리 산업을 죽이자는 얘기다. 다행히, 재생뿐 아니라 원전과 수소 등도 포함한 CFE(무탄소에너지)에 대한 공감대가 넓어지고 있다. 올 9월 IEA(국제에너지기구)와 부산에서 공동 개최하는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많은 나라가 CFE에 동참을 선언할 예정이다.”
-원전 수출은 어떻게 되고 있나?
“체코 원전 수주전에 미국이 빠지고, 프랑스와 2파전인데, 수주에 성공하면 ‘팀 코리아’를 넘어 미국과 함께 ‘팀 코러스(KORUS·KOREA+US)’로 갈 수 있다. 체코에서 새로운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