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용 핵심 광물 선점을 위한 ‘광물 안보’ 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조차 환경오염 부담을 감수하고 리튬 채굴에 나서며 자체 조달에 뛰어들고 있다. 리튬 채굴은 필연적으로 환경오염 문제가 따라붙어 유럽 국가들은 개발을 포기했었다. 하지만 중국 등 특정 국가·지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고 광물 안보 확보를 위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하는 인센티브까지 도입했다.
독일 리튬 공급업체인 벌칸에너지는 라인강 상류 지역 지열발전소에서 독일 현지에서는 처음으로 염화리튬 생산을 시작했다. 염화리튬은 올 하반기부터 프랑크푸르트 공장에서 배터리 소재로 쓰이는 수산화리튬으로 가공된다. 2026년 말 연산 2만4000t(전기차 50만대 분량) 생산이 목표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과 2025~2029년 수산화리튬 4만5000t을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은 채굴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야기되고 많은 노동력이 투입된다. 채굴 방식에 따라 리튬 1t당 물 200만 리터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리튬 채굴이 집중된 중국·남미 지역에서도 수자원 고갈, 생태계 오염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유럽연합(EU)이 자체 리튬 채굴에 속도를 내는 건 핵심 광물의 일정 비율을 자체 조달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EU는 2035년부터 합성연료를 제외한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면서 배터리 공급망이 더 중요해졌지만, 리튬 등 핵심 광물은 중국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난달 18일 EU이사회에서 최종 승인된 핵심원자재법(CRMA)도 리튬 등 핵심 광물(전략원자재)은 2030년까지 연간 소비량의 10%를 EU 안에서 채굴해야 한다고 정했다. 포르투갈에선 과거 비료 원료용 리튬을 채굴했던 광산을 배터리용 리튬 채굴로 전환하고, 세르비아는 2022년 초 환경 파괴 비판 여론 탓에 취소했던 다국적 광산 기업과 리튬 채굴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채굴을 위한 까다로운 인허가도 풀었다. EU에서 채굴 산업은 엄격한 환경영향평가, 복잡한 행정 절차 등으로 허가 기간이 평균 5년 정도 걸렸는데, 원자재 채굴 산업과 관련한 프로젝트는 27개월, 가공 또는 재활용 과정만 포함된 프로젝트는 15개월 이내 인허가받을 수 있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