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소재 제조사 엘앤에프는 유럽 배터리 회사와 6년간 9조2400억원 규모 양극재를 공급하는 장기 계약을 체결했다고 11일 공시했다. 공급 기간은 내년 1월부터 2030년 말까지 6년으로, 총 17만6000t 양극재를 공급하게 된다. 작년 10월 업계에선 엘앤에프가 유럽 고객사와 ‘5년 동안 20조원, 연간 최소 8만t 규모’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최근 전기차 수요가 급감하면서 계약 규모가 절반으로 줄었다. 공급 기간과 규모 모두 전기차·배터리 시장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둔화기)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추후 전기차 시장 분위기에 따라 추가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엘앤에프는 고객사와 기밀 유지 계약에 따라 회사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엘앤에프 연구소 전경./엘앤에프

엘앤에프는 “한국 양극재 회사 중 최초로 유럽 고객사와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유럽 배터리 시장은 이차전지 소재 생산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규제와 리사이클링 원재료 사용 비율 의무 등 진입 장벽이 높은데 이를 뚫어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규제 대응에 이어 유럽 친환경 규제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작년 니켈·리튬 등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 가격이 급락하면서 광물 가격에 실적이 연동하는 엘앤에프 등 소재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엘앤에프는 지난 3일 북미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아워넥스트에너지와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난 3월에는 배터리 제조사 SK온과 양극재 30만t 장기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는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들과 협력 관계를 확대해 기술력과 사업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양극재 시장을 주도해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