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옛 현대중공업지주)는 2021년 건설기계 회사 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인수했다. 업계에서 뜸했던 중후장대 기업 간 ‘빅딜’이었다. 그간 조선(HD한국조선해양)과 정유(HD현대오일뱅크)에 그룹 사업을 집중했는데, 계열사 현대건설기계(현 HD현대건설기계)와 함께 건설기계도 대폭 확장한다는 전략이었다.
건설기계 사업을 총괄하기 위해 그해 8월 HD현대사이트솔루션(당시 현대제뉴인)이 새로 출범했다. 대표이사에 뜻밖의 인물이 선임됐다. 당시 한국조선해양의 최고재무책임자(CFO)였던 조영철(63)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한 것이다. 30년 넘게 중공업·정유 계열사에서만 일한 재무 전문가였지만, 건설기계 부문은 처음이어서 의외의 인사로 받아들여졌다.
조영철 사장은 지난 7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판교 GRC(글로벌 R&D 센터)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시 회사 상황을 떠올리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두산인프라코어를 8500억원에 인수하면서 건설기계 부문 사업을 확장하는 중책을 맡았는데, 최대 시장이었던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중국 매출이 한 해 30% 급감하는 위기부터 닥쳤다”고 했다. 30% 넘던 중국 시장 점유율도 한 자릿수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조 사장은 취임 2년 만에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건설기계 부문 3사(HD현대사이트솔루션·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 매출(8조7482억원)은 2.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5.9% 급증했다. 작년 HD현대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35.6%(7242억원)를 건설기계가 책임졌다. 조선·정유에 이어 그룹의 3대 사업으로 떠올랐고, 그룹 내 건설기계 부문 위상도 달라졌다.
◇건설기계 3사 융화 리더십
조 사장은 “중국 시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언제까지 그 시장에만 기댈 수는 없었다”며 “건설기계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북미 선진국, 중남미 신흥국 등 국가별 제품을 다양화한 ‘탈(脫) 중국’ 전략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회사 안팎에선 그 배경에 ‘숫자에는 칼같이 정확하지만, 사람에는 부드러운’ 조 사장의 리더십이 있다고 평가한다. 조 사장이 이끄는 건설기계 3사는 신생 회사(HD현대사이트솔루션), 기존 회사(HD현대건설기계), 인수 회사(HD현대인프라코어·옛 두산인프라코어) 제각각이었다.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3사의 시너지는 고사하고, 생존을 걱정하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중간지주 출범 이후 100일간 3사 조직을 꼼꼼히 뜯어본 조 사장은 곧바로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섰다. 그는 “우선 기술본부·통합구매본부를 신설해 공동 사업으로 규모를 늘리고 구매 비용 등 원가는 절감했다”며 “이후에는 3사 융합을 위해 인적자원을 꾸준히 교차 발령 내면서 순환 근무를 확대했다”고 했다. 조 사장은 1990년대 후반 그룹이 자금난으로 매각했던 HD현대오일뱅크를 재인수한 2010년 이후 재무 부문장을 맡아 경영 정상화를 이뤄낸 경험이 있었다. 이 외에도 재무 전문가로 사업 구조 재편 경험이 많았다.
◇건설기계 패러다임 분기점… 인재 확보에 총력
인터뷰 당일 오전 아침에도 집무실이 아닌 사옥 1층에 입점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출근길 직원들 사이 티타임을 즐기는 조 사장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최근 회사 성장과 함께 입사를 지원하는 인재도 많아졌다”며 “개발 인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전통적인 중공업 출신 CEO와는 다른 변화가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조 사장은 앞으로 건설기계 시장에 대해 “건설기계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 도입이 급속도로 확대되면서 ‘무인(無人)’ 장비 등 패러다임 변화의 분기점”이라며 “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게임 체인저’가 될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