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코니바이에린’의 사옥에서 워킹맘 직원들이 모여 제품 관련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고운호 기자

“다른 회사를 다녔다면 둘째 가질 엄두는 못 냈을 거예요. 재택이 가능하고, 육아를 위해 업무 시간 중 최장 1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게 해주니, 둘째 낳고도 제 일을 지속할 수 있더라고요.”

29일 서울 옥수동 육아·생활용품 회사 ‘코니바이에린’ 사무실에서 만난 전민지(37) 제품 개발 MD의 말이다. 그는 작년 둘째 딸을 출산했다. 남들은 하나도 낳길 꺼리는 상황에서 전씨가 둘째를 낳겠다고 결심한 것은 회사의 ‘워킹맘 지원책’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2017년 창업한 코니바이에린은 현재 전 세계 110여 국에 아기띠를 비롯한 육아·생활용품을 판매하는 업체다. 창업 첫해 매출은 3억원이었지만, 5년 지난 2022년엔 연매출은 268억원을 냈다. 5년 만에 89배가량 성장했다. 작년엔 300억원을 넘겼다. 빠른 성장이 가능했던 건 맹렬히 일해온 직원들 덕분이다. 50여 직원 중 90%가 여성이고, 이 중 60%가 워킹맘이다.

임이랑 코니바이에린 대표가 회사 대표 상품인 초경량 '코니 아기띠'를 착용해 보이고 있다./고운호 기자

임이랑(39) 대표는 “2016년 첫아이를 낳고 1년 만에 창업하면서 든 생각은 ‘아이도 잘 키우고 일도 잘하고 싶다’였다”며 “직원들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회사도 잘되고 직원들도 회사를 잘 다닐 수 있을 거라고 봤다”고 했다.

그가 고안한 방법은 출산휴가·육아휴직 확대나 현금 지원과 같은 ‘육아 복지책’이 아니라, ‘워킹맘 근로 의욕 확대 지원책’이다. 전 직원 100% 재택을 도입했다. 사옥을 구할 자본금을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인재를 채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 직원들은 서울 외에도 경상도·전라도 같은 지방, 싱가포르 등 해외까지 거주하며 일한다. ‘근무시간 배려제’도 도입했다. 어린이집 등·하원시킬 사람이 없어 발을 구를 때, 아이가 아파 병원에 다녀와야 하는 상황 등이 생길 때마다 근무시간 중 매일 최장 1시간을 아이 돌봄을 위해서 빼서 쓸 수 있되, 빠진 시간은 이후 근무로 채워 넣게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학부형에겐 돌보미 앱 서비스 비용도 지원한다. 임 대표 스스로 현재 네 살, 여덟 살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생각해 낼 수 있었던 제도다. 임 대표는 “저출생 문제는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도 사회생활을 계속 할 수 있을 때 결국 해결된다”며 “워킹맘들이 경력 단절 걱정 없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때 진짜 저출생 해결책도 보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