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교를 전역할 무렵 성장성이 크다는 지인 소개를 듣고 지원했습니다. 면접 때 뭔가 가슴 뛰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30대 그룹에도 합격했지만, 미련 없이 세라젬을 선택했습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센터필드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이경수(46) 세라젬 대표는 “그때 세라젬을 선택하고 도전에 함께한 건 돌아보면 굉장히 잘한 선택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세라젬은 1998년 설립돼 만 5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회사였다. 종업원도 100명이 안 됐다.그렇지만 해마다 100만 달러, 200만달러, 1000만달러 ‘수출의 탑’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로 가파르게 크는회사였다. 지금으로 치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로켓’에 올라탄 셈이었다.
이 대표는 마케팅, 사업전략, 영업기획 등을 두루 거친 뒤 입사 12년 반이 지난 2016년 4월 38세의 나이로 임원급인 영업지원본부장이 됐다. 이듬해에는 중국 쓰촨성으로 가 중국법인 영업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2018년 5월 한국으로 돌아와선 전략기획본부장으로 국내 사업을 총괄하기 시작했다.
당시 세라젬은 미국, 독일, 칠레, 마다가스카르까지 세계 70국에서 안정적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었지만, 연 매출은 3000억원 벽을 넘어서지 못하며 성장이 정체된 위기의 시기였다. 이 대표는 “새로운 성장을 위해선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었다”며 “이전과는 거꾸로 국내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승부수는 ‘웰카페’였다. 이 대표는 “40대 후반 여성을 타깃으로 잡고 이들이 어디에 있는지를 봤더니 커피숍이었다”며 “누구나 음료를 시키면 마음껏 세라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웰카페를 구상했다”고 말했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8개 매장 시범 운영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으로 확대에 나서려던 2020년, 연초부터 코로나 사태가 악화하면서 하루 100명씩 오던 입장객은 30명 아래로 떨어졌다. 이 대표는 “사내에서 회의론도 나왔지만, 코로나에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맛집 사진을 보여주면서 우리 하기 나름이라고 구성원들을 설득했다”며 “2020년 한 해에만 82개 매장을 더 냈다”고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웰카페는 135개에 이른다. 이 대표는 “100만원 넘는 제품을 써보지도 않고 살 수 있는 고객은 거의 없다”며 “웰카페와 백화점, 기업 체험 공간 외에도 홈쇼핑 무료 반품, 10일 체험 서비스 등을 통해 소비자들이 직접 경험해보고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이 먹히며 2021년 매출 6671억원, 영업이익 925억원을 기록했고, 이 대표는 그해 12월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22년엔 매출 7502억원, 영업이익 506억원으로 잠시 숨 고르기를 했다.
세라젬은 올 상반기 비전 선포식을 갖고 새로운 도약에 나선다. 2020년 안마 의자, 물걸레·로봇청소기 등으로 확장을 시작한 제품군은 올해 종합 헬스케어 기업이라는 목표 아래 의료 기기와 결합한 정수기, 우울증 치료기, 공기청정기 등으로 넓히고, 국내에서 쌓은 마케팅 노하우를 미국 등 해외시장에 이식하는 데에도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 대표는 “올 초 CES에서 100곳이 넘는 사업·기술 파트너와 만나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유명 가수인 스티비 원더가 출시를 앞둔 안마 의자를 10분 정도 체험하고선 ‘난 이 의자와 사랑에 빠졌다. 기술력이 좋은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고객들의 반응도 좋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