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13일 유럽연합(EU) 경쟁 당국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절차인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획득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등 조건이 붙었지만 사실상 승인이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국 중 마지막 국가인 미국도 올 상반기 승인이 유력하다.

13일 인천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아시아나항공 항공기가 대한항공 항공기 앞을 지나고 있다./뉴스1

대한항공은 이날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서 아시아나 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EC가 독과점 우려를 밝혔던 화물사업부문과 여객 4개 노선에 대한 시정조치가 조건으로 붙었다.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선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사업 부문 분리 매각, 양사의 유럽 지역 중복 4개 노선에서 일부 슬롯(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넘겨받는 신규 항공사에 대한 지원을 이행해야 한다.

EU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에 가장 까다로운 잣대를 내세운 곳이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C와 사전협의 절차를 개시하고, 2023년 1월 기업결합 신고서를 제출했다. EC는 당초 작년 7월 5일까지 합병 승인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었다가 “두 회사가 합병하면 독과점 우려가 있다”며 두 차례나 심사 기간을 연장하면서 문제 해결을 요구해왔다.

특히 EC가 요구한 독과점 해소 방안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 분리 매각’이 난관으로 꼽혔다. 작년 11월 열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한 후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분리 매각한다’는 대한항공의 시정 조치안에 동의하는 안건이 진통 끝에 이사진 5명 중 3명 찬성으로 통과돼 실마리가 풀렸다.

이후 대한항공은 EC 측 요구대로 아시아나 화물 사업을 매각하고, 유럽 일부 노선을 국내 LCC(저비용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에 넘기는 시정 조치안을 EC에 제출했다. 유럽 여객 노선 일부는 티웨이항공 인수가 유력하다. 대한항공은 신규 진입항공사(Remedy Taker)로 지정된 티웨이항공이 올해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인천~파리, 인천~로마, 인천~바르셀로나, 인천~프랑크푸르트 4개 노선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시아나 화물 사업부 인수전은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 에어인천이 경쟁 중인데 자금력이 풍부한 제주항공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EC가 제시한 조건을 달성하고 올 상반기 미국 기업결합 심사 통과까지 마무리하면,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63% 인수 절차를 시작한다. 인수가 완료되면 2년간 분리 운영 및 통합 준비를 거쳐 통합 ‘대한항공’으로 출범한다. 30년 넘게 이어진 국적기 양강 체제가 끝나고, 매출 20조원에 여객기 보유 대수 230여 대, 여객 수송 실적 세계 10위권인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